박찬욱 감독 "한국 관객을 위해 영화 만든다"(인터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2009.05.16 02:57
ⓒ박찬욱 감독이 15일 칸 해변에 위치한 카페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15일 칸 해변에 위치한 카페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쥐'로 칸영화제를 찾은 박찬욱 감독이 한국관객이 자신의 영화를 가장 잘이해하며 그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15일 오후5시 칸 해변에 위치한 카페에서 가진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나는 뼛속까지 한국 정서를 갖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다"면서 "때문에 한국 관객이야말로 내 영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관객"이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가 제6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르자 일부 국내 관객들에 "영화제를 위한 영화를 만든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영화세계를 이해하는 해외 관객들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한국 관객이 그 어느 나라 관객보다 내 영화를 잘 이해하고 그래서 소중하다"면서 "그런 사람들을 내버려두고 딴 데 가서 찾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설명했다.

-외신 인터뷰를 하루 종일 했는데 한국과 달리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이던가.


▶이렇게 웃기는 영화인줄 몰랐다고 하더라. 기자시사회에 가지는 못했지만 시종 폭소가 이어졌다고 하더라. 국내에서 잘 웃지 않는 장면에서도 많이 웃었단다. 그런 반응이 아주 반갑다. 웃기는 영화를 목표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반응을 기대하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절했다는 기자도 있다던데 기절한 만큼 공포를 느꼈다면 그것도 원하는 바다.

-가톨릭 사제가 흡혈귀에 간통까지 하는데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던데.


▶단지 신부가 흡혈귀가 되고 유부녀와 정사를 갖는다는 것만을 본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잘 따라오고 숙고했다면 받아들여질 수 없는 장면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신부는 다른 어떤 영화에서 묘사된 사람보다 경건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흡혈귀가 되면서 겪는 고통을 그리고 싶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한 해석도 상당히 엇갈리는데.


▶폭 넓은 해석이 가능한데 굳이 감독이 이야기해서 한정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사실 인터뷰도 안하는게 좋다.(웃음) 가혹한 진실 앞에 노출된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말 정도만 하고 싶다.

-점차 국내 관객보다 박찬욱 월드를 이해하는 세계 관객들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듯한 느낌인데.

▶꿈에도 그런 생각을 한적이 없다. 세계에서 박찬욱 월드를 이해하고 찾아보는 관객보다 한국에서 내영화를 볼 관객이 더 많을 것이다. 또 그것은 숫자 문제가 아니다. 나는 뼛 속까지 한국 정서를 갖고 있다. 때문에 다른 어떤 나라 사람보다 우리나라 관객이 내 영화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내버려 두고 딴데 가서 찾으면 어리석은 짓이다.

-금기에 대한 도전 정신이 있는 것 같은데.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행위를 통해 관객에 질문을 한다. 질문이 자극적이지 않으면 회피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질문을 해도 회피하지 않도록 때로는 폭력적이고, 때로는 섹슈얼하게, 더러 금기를 넘는 설정을 찾기도 한다.

자극적이기만 하면 고상한 영화를 만드는데 결격사유가 되지만 고상한 영화가 아니더라도 관객에 자극을 주고 싶다.

-송강호의 섹시미를 과시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프랑스 여기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송강호에 전해줬다.

-와인이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피를 대신하는 의미도 있을테지만.

▶'박쥐'는 폐쇄적인 환경에 어떤 것이 유입돼 벌어지는 현상을 그린 영화다. 그래서 김옥빈이 송강호에게 "너는 병균이야"라고 하는 게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대사라고 생각한다. 적산가옥, 한복,마작,보드카 등 어울리기도 하고 안어울리기도 한 것들을 한 데 모았다. 하지만 사실 한국사회가 그렇지 않나. 그런 것들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이번 영화제에서 만나봤나.

▶그렇지 않아도 위원장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오늘 밤 중 온다고 하더라. 그런데 나는 이번에 그의 영화를 갈라 스크리닝에서 못 볼 것 같다. 기회가 오면 만나고 싶다.

-이번 영화제 경쟁작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 있다면.

▶알랭 레네 감독의 '무성한 잡초'. 워낙 전작을 좋아해서 이번 영화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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