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 "칸 기립박수는 오로지 김혜자 선생님의 것"(인터뷰)

칸(프랑스)=전형화 기자,   |  2009.05.18 19:57
ⓒ배우 진구가 17일 칸의 한 노천카페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 진구가 17일 칸의 한 노천카페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구는 들뜨기 보단 차분했다. '마더'로 처음으로 칸영화제에 참석했지만 흥분된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17일 칸의 한 노천카페에서 만난 진구는 담담해 보였다. 그는 "칸 레드카펫보다 차라리 청룡영화제가 더 낫다"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진구는 16일 '마더'로 칸 레드카펫에 섰지만 사회자가 급하게 계단으로 올려 보낸 불쾌함을 잊지 않았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안 감독과 '우드스탁' 팀이 공식 레드카펫 행사를 뒤이어 한 탓도 있지만 사진기자들이 몇 컷 찍고 바로 카메라를 내렸던 게 영 못마땅했다.

'이들이 '마더'를 봤더라면 달랐을텐데...'


진구의 생각대로 이날 드뷔시 극장에서 밤늦게 '마더'를 본 현지 관객들은 낯선 한국의 배우들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전날 주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갈라 스크리닝을 가졌던 '박쥐'보다 기립박수가 더 우렁찼다.

진구는 끊이지 않는 박수갈채가 낯설면서도 '마더'에 대한 해외 관객들의 반응이 기뻤다. 그런 한편 이 박수는 봉준호 감독도 원빈도 진구도 아닌 오로지 김혜자 선생님을 향한 것이란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처음으로 상대 배우에 부럽다는 생각을 가졌다.


"지금까지 어떤 선배와 연기를 하더라도 비록 내가 지금은 부족하지만 곧 따라잡을 수 있다란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김혜자 선생님은 아~! 나도 45년 동안 연기해서 저런 박수를 받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진구는 "누가 봐도 저 박수는 선생님을 향한 것이었어요. 세계인의 엄마가 됐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고. 아무튼 너무 부러웠어요"라고 말했다.

진구는 '마더'에 원빈의 친구이자 원빈과 음험한 관계를 갖는 인물로 등장한다. 친구의 엄마와 묘한 성적 긴장감을 갖는 인물, 촬영장에서 진구는 원빈의 친아빠로 불리기도 했다.

그랬던 진구지만 정작 김혜자와 눈을 맞대고 맞상대를 한 것은 불과 3일밖에 없었다. 더구나 그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웃통을 벗은 채 김혜자에 반말과 욕설을 퍼붓는 게 즐겁기도 했지만 서럽기도 했다. 왜 국민엄마라 불리는지, 그 공력을 이제야 깨닫게 됐는데 이제 마지막이라니. 진구는 결국 마지막 "컷" 소리가 들리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처음이었다. 원빈이 부럽기도 했다. 김혜자와 계속 맞상대를 하다니.

사실 진구는 원빈보다 '마더'에 먼저 캐스팅됐다. 봉준호 감독이 처음으로 진구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탓에 극중 이름도 진구와 비슷한 진태다. 진구는 "처음 감독님을 만났을 때 시나리오까지 들고 갈 정도로 긴장했는데 이미 캐스팅이 됐다고 하더라"면서 "점쟁이처럼 평소 내 말버릇까지도 다 묘사해놨더라"고 했다.

봉준호 감독은 진구에게서 섹시함을 찾았다. 술을 따르는 모습부터, 주문을 하는 것까지 "섹시하다"를 연발했다. 왜 그러나 했더니 '마더' 속에서 그는 등장인물 중 가장 섹스와 가까운 캐릭터로 묘사됐다. 봉준호 감독은 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마더' 속 인물을 섹스를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나눌 때 진구는 섹스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물의 이미지를 갖도록 묘사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감독이 염두에 뒀고, 영화 속 이미지도 완성한 상태였던 터라 진구는 이번 영화를 온전히 감독에 맡겼다. 진구는 "눈동자 하나까지 봉준호 감독의 주문에 따랐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때문에 연기를 못했단 소리를 들으면 그건 오로지 감독님 탓"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술을 마신 채 연기를 했으면 좋겠단 봉준호 감독의 지시에 분장실에서 소주 한잔을 '원샷'하고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랬던 봉준호 감독이 처음으로 맘대로 하라고 했던 장면은 바로 베드신. 진구는 "자기도 어색했던지 그냥 마음대로 하라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베드신이 제일 어색하더라구요"라며 웃었다.

18일 칸에서 떠나는 진구는 귀국하자마자 '마더' 국내 시사회와 무대 인사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칸에서의 기억은 이제 잊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나도 45년 뒤에 후배가 기립박수를 받는 내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부러워하도록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진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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