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칸 해변에서 '박쥐'의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김옥빈 김해숙 신하균이 한국 취재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13일 개막한 제62회 칸국제영화제가 중반을 향해 가면서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할 거장들의 작품이 하나둘씩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19일 현재 경쟁부문에 오른 20편의 영화 중 절반이 언론시사와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공개, 세계 언론과 현지 관객들에 선을 보였다. 영화제 초반 가장 호평을 받은 작품은 프랑스 자크 오디아드 감독의 '예언자'(A Prophet)).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으로 프랑스 아카데미상에 해당하는 세자르상 8개 부문을 휩쓴 자크 오디아드 감독의 신작에 걸맞다는 평을 받았다. 세계 10개국 영화기자와 평론가들의 별점을 모아 4점 만점으로 평을 내리는 스크린 인터내셔널 데일리는 '예언자'에 3.4점을 줬다. 만점인 별 4개가 무려 5개나 나왔다.
켄 로치 감독의 '에릭을 찾아서'(LOOKING FOR ERIC)도 상당한 호평을 샀다. 스크린 평점은 2.9점. 소통에 곤란을 겪는 축구 광팬인 우체부가 맨유의 전설인 에릭 칸토나를 만나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에릭을 찾아서'는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보였던 켄 로치 감독이 거장의 솜씨로 웃음을 버무린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호오가 엇갈리고 있지만 뛰어난 미쟝센은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다. 타임지는 유력한 수상 후보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스크린은 공개된 10편의 작품 중 4번째인 2.4점을 줬다. '피아노'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제인 캠피온의 '빛나는 별'(BRIGHT STAR)'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이안 감독의 '테이킹 우드스탁'(TAKING WOODSTOCK)과 브릴란테 멘도사 감독의 '키나테이'(KINATAY)'는 거장의 명성에 걸맞지 못한 평을 받았다. '키나테이'의 경우 스크린 평점 1.2점으로 수상권에서 영 멀어진 인상을 줬다. 로우 예 감독의 '춘곤증'(Spring Fever) 역시 마찬가지.
ⓒ적나라한 성애 묘사로 칸영화제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적그리스도' 소개책자와 스크린 데일리 평점. '적그리스도'에 분노한 관객이 책자를 찢었다.
영화제 중반을 넘어서면서 수상 여부를 둘째 치고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영화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적그리스도'(ANTICHRIST). 윌렘 데포와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익명의 부부로 출연한 '적그리스도'는 적나라한 정사장면과 남녀 성기 삽입장면의 클로즈업, 여자성기 자해 장면 등 충격적인 장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로이터 통신은 "'적그리스도'가 칸을 쇼크에 빠뜨렸다"고 전했으며, 타임은 "포르노 호로 랩소리"라고 평했다. 엔딩에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에 바친다는 자막을 넣은 것에 비교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포르노를 찍었다"고 평하는 평자도 있다.
공식 기자회견에 적대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자가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시종 심드렁하게 기자회견에 임했던 라스 폰 트리에는 "그저 영화를 만들고 과정을 즐긴다"며 논쟁을 피했다. 스크린에선 대부분 별 하나를 줬지만 별 4개와 3개도 있어 극단적으로 평이 갈림을 알 수 있다. 일부에선 윌렘 데포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점치기도 한다.
영화제가 후반부로 달려가고 있지만 황금종려상이 점쳐질 만큼 호평이 쏟아지는 작품은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부서진 포옹(Broken Embraces )'이 19일 선을 보이며 평을 기다리고 있으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인글로리어스 바스타즈(INGLOURIOUS BASTERDS)'가 20일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후반부에는 알렝 레네 감독의 '무성한 잡초(Wild Grasses)'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The White Ribbon)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황금종려상의 향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편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들은 상당히 호평을 얻어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줬다.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경쟁부문에 초청되지 못한 게 아쉽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극찬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영문으로 발간한 소개서가 일찌감치 동날 정도로 현지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감독 주간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잘알지도 못하면서' 역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재미있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 칸필름마켓이 경제위기 여파로 거래가 대폭 줄었지만 한국영화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박쥐'가 5개국에, '마더'가 4개국에 팔리는 등 잇단 성과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