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마더' 마음에 남아 한동안 힘들 것"(일문일답)

김건우 기자  |  2009.05.25 16:55
배우 김혜자 ⓒ 송희진 기자 배우 김혜자 ⓒ 송희진 기자


'국민엄마' 김혜자가 변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자식들을 위해 헌신 봉사를 했지만 영화 '마더'에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광기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마더'에서 김혜자가 연기한 엄마의 이름은 혜자다. 영화에는 한 번도 이름이 등장하지 않지만 봉준호 감독은 혜자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만큼 영화 '마더'에는 김혜자가 보여줬던 엄마 연기와 실제 엄마의 모습이 겹쳐 있다.

김혜자는 "극 중 엄마는 짐승의 어미에 가깝다"며 "그러나 처한 상황이 그런 것이지 실제 엄마의 본질은 똑같다"고 말했다.


영화 '마더'는 김혜자를 위한, 김혜자에 의한 영화다. 영화 오프닝과 엔딩이 김혜자가 춤추는 장면으로 장식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을 담으려 노력했던 작품이다.

김혜자는 "'마더'는 숨은 그림이 많은 영화다. 보는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으로 상상하면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찍으면서 허공에 이야기하는 것처럼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김혜자는 이 같은 '마더'가 한동안 마음에 남아 힘들게 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국민엄마' 김혜자를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혜자와 일문일답

-영화 오프닝이 극중 엄마가 갈대밭에서 춤을 추면서 시작을 한다.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봉준호 감독과 어떤 감정으로 춤을 춰야 하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한 번도 춤을 춰보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에게 춤을 춰보라고 주문했었다. 봉 감독이 농촌 봉사 활동을 갔을 때 아줌마들이 몇 시간 씩 춤을 추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마더'의 엄마는 그런 춤을 춰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스태프들에게 '춤 리듬은 어떻게 타는거야'라고 물으며 연습을 했다. 그러나 막상 춤을 출 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연기에 집중했다. 그냥 갈대처럼 바람처럼 흔들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춤을 출 때 눈을 가리는 부분이 있다. 봉 감독이 눈에서 눈물이 나더라도 웃어달라고 말했다.

-촬영하면서 30번을 다시 찍는 등 고생을 했다고 들었는데.

▶연기할 때 마음은 비슷한 것 같다. 몇 테이크를 갔는지 생각을 못 했는데 그것을 세는 사람이 있었다. 뛰는 장면이 많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을 안 했다. 숙소에 들어와서 '어이구 다리야'라고 하긴 했었다(웃음).

-영화는 '만추' 이후에 오랜 만이다. 현장이 생소하지는 않았는지.

▶배우니깐 뭔가 창조해야하는 게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 게 많아서 좋았다. 또 정말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느낌으로 다녔다. 혜자네 앞산, 뒷 산 모두 잊을 수 없다. 시골은 인심이 정말 좋았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 촬영을 하면서 처음으로 배고프다는 것을 알았다. 영화 촬영장은 밥차가 다니니깐 스태프들과 함께 먹지 않으면 굶어야 한다. 밥은 꼭 챙겨 먹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소통하는 상대가 없어 무척 외로웠다. 허공에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실제 촬영을 할 때는 도준 생각에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다. 끝나고 생각해보면 정말 외로운 여자구나라고 생각이 든다. 극중 담배 피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정말 힘들게 살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점에서 창조할 게 많았는지.

▶모든 점이 그랬다. 아들은 이 세상의 대명사다. 극중 아들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보는 사람들이 각자 다른 생각으로 상상하면서 볼 수 있다.

-영화는 세상 어머니들의 공감이 중요할 것 같다.

▶굉장히 숨은 그림이 많은 작품이다. 극중 엄마는 잘 때 양말을 신고 잔다. 도준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여자는 세상이 불안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드라마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180도가 달라진다. 그러나 처한 상황이 그런 것이지 엄마의 본질은 똑같지 않겠나. 자신의 새끼를 지키려는 짐승의 어미에 가깝다.

-드라마의 엄마 역할과 영화 '마더' 엄마 중 어느 쪽이 실제에 가까운지.

▶개인적으로 영화 '마더'에 가까운 것 같다.



-기존 연기했던 엄마의 모습과 어떤 점이 다른지.

▶이 엄마는 거의 미쳐가는 여자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거의 제정신이 아니다. 마음은 이미 절벽에서 투신해서 허깨비로 살아갈 거다.

기존의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 헌신 봉사하지만 '마더'의 엄마는 극단적인 행동도 생각한다. 자식 대신에 죽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픈 아들이다. 실제로 원빈을 보면서 도준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영화에서 침을 놓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배웠는지.

▶직접 배웠다. 극 중 침을 놓는 자리가 중요한 데 엄마는 실제 그 침자리(아픈 것을 모두 잊어버리게 하는)가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원빈의 연기는 어떻게 봤는지.

▶잘하지 않았나? 작품 선택을 잘한 것 같다. 만약 그냥 사랑하는 역할을 맡았다면(연기가) 평범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광기에 사로잡혀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무척 힘들었다. 감독이 드라이버로 조이는 느낌으로 연기해봐 달라고 주문했다. 내 세포들이 얼마나 많이 움직였을지. 지금도 봉준호 감독한테 대단히 감사하다.

-실제 엄마 김혜자는 어떤 엄마인지.

▶자식들에게 헌신 봉사하는 엄마는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엄마였다. 자식들한테 살갑지 못해 대신에 배우로서는 뛰어나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대신 어렸을 때 엄마가 없으면 허전했던 기억이 있어 연기를 안 할 때는 집에만 있었다..

-자녀들은 영화 '마더'를 어떻게 봤는지?

▶딸은 수고하셨어요 라고 말했고 아들은 그냥 안아 주었다. (연기를)잘 못한 것은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나. 제가 못했다는 말을 듣기 싫어하니깐 자식들이 (연기를) 못했을 때는 말없이 그냥 있는다.

-작품 안할 때는 어떻게 지내는지?

▶잠을 많이 잔다. 어릴 때부터 잠이 많은 편이었다. 나이 먹으면 안 그렇다고 하는데 오전까지는 정신이 안 난다. 자거나 봉사하거나 책을 보는 편이다. 어제는 왜 그랬을까 라며 자책을 하면서 논다(웃음)

-배우 김혜자는 봉사활동을 많이 알려져 있는데.

▶봉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프리카는 가기 쉽지 않은 나라다. 처음에는 덜렁덜렁 따라갔다. 하지만 그 곳의 상황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한국이 못 사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나라 자체가 가난해 외국의 원조를 받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은 동장들이 잘 살피기만 해도 살 수 있지 않나. 아이들이 못 볼 것을 보면서 크는 게 안타깝다.

-앞으로 자주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지.

▶'마더'의 엄마가 마음에 남아 한동안 저를 힘들게 할 것 같다. 그 후에 어떤 작품을 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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