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시설 아쉬움 남긴 엔니오 모리꼬네 공연

김건우 기자  |  2009.05.26 23:00


명품 음악을 듣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좋은 스피커가 아닐까?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가 한국의 5000여 명 관객을 감동케 했지만 명품 음악을 듣기에 부족한 음향시설로 아쉬움을 남겼다.


26일 오후 8시 15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엔니오 모리꼬네 시네마 콘체르토 Part II'가 열렸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내한은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음악가다. '미션' '시네마천국' 등 명작의 주옥같은 음악들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영화음악 상위권을 차지한다.


평일 공연에도 불구하고 가족단위의 관객부터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엔니오 모리꼬내의 공연을 보기 위해 체조 경기장을 찾았다. 보통 공연장 주변에서 암표 상인이 표를 파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엔니오 모리꼬네의 남은 표를 구하기 위한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내한 공연에 창립 147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헝가리의 100인조 기요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100인조 국내코랄 합창단도 함께 동행했다.


공연시작을 알리고 합창단원이 오르고 이윽고 오케스트라 단원, 이어 큰 박수와 함께 엔니오 모리꼬네가 무대에 올랐다. 1928년 생으로 올해 80세가 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지휘대에 올라 200여 명의 단원들을 이끄는 모습에 노장의 관록을 느낄 수 있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본 공연에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2007년 첫 내한 공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이었던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분을 추모한다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불과 5초 남짓 애도 시간을 가져 관객들을 당혹케 했다.

첫 곡은 1987년 작품 '언터쳐블'의 '더 언터쳐블'이었다. 당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보여준 미국의 거대한 암흑 조직의 모습이 잘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덕분이었다. 때로는 긴박하고 비장한 멜로디는 관객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이어 '원스 어픈 어 타임 인 아메리카' '피아니스트의 전설'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악으로 관객들을 이끌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영화의 신화의 모더니티'를 연주하면서 절정에 올랐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로 스타 영화음악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할리우드 웨스턴에서 쉽게 맛보기 힘든 곡으로 전자기타 음이 배경에 삽입되고 정체불명의 코러스가 담겨 있다. '석양의 무법자' '석양의 갱들' '엑스타시 오브 골드'가 연이어 연주됐다.

제2막은 '시네마천국' '미션' 등 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영화음악들로 꾸며졌다.

'시네마 천국'의 메인 테마와 사랑의 테마 연주와 함께 극 중 알프레도와 토토의 영상이 상영되면서 관객들은 더욱 공연에 몰입되기 시작했다. '미션'의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과 같이 땅에서도 이루이지다'에 합창단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거장의 진면목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거장의 음악을 들려주기에 체조 경기장의 시설은 너무나 열악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이 전문 공연장이 아닌 체육관에서 열린다는 취약한 점을 음향기기와 스태프들로 보완하기에는 역부족했다. '엑스타시 오브 골드'에 소프라노의 주옥같은 목소리를 느끼기에 체조경기장은 너무나 초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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