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고현정, '천지애' 김남주 넘을까?

김겨울 기자  |  2009.05.27 16:43
김남주 고현정 김남주 고현정


이른 감이 있지만 올해 연말에 열리는 MBC '연기대상'은 그 어느 때보다 여장부들의 팽팽한 대결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8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남주는 MBC '내조의 여왕'에서 그간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싹둑 버리고 애(愛)줌마로 변했다.


'토사구땡', '팥(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안 믿어' 등 많은 '무식어록'을 탄생시키며 자칫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던 '천지애' 여사를 김남주는 패션 감각 있는 위트 있는 아줌마로 보여준 것. 물결 파마, 천지애 립스틱 등 하나의 아줌마 유행을 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붐을 일으킨 김남주에게 지난 25일 고현정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현정은 그간 청순한 이미지를 버리고 세 명의 왕을 모시고 여러 남자를 거느리며 단 칼에 사람들을 죽여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미실로 분했다. 미실은 신라시대 화랑의 여자 우두머리인 원화이자 옥새를 관리하는 '새주'로서 권력욕이 하늘에 찌르는 인물이다.

고현정의 변신도 김남주 못지않은 셈. 그래서 이들의 대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05년 SBS '봄날'로 10년 만에 컴백한 고현정은 MBC '여우야 뭐하니', '히트', 영화 '해변의 여인'과 최근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까지 왕성한 활동을 했다. 하지만 쪽박은 없었지만 이렇다 할 대박도 없었다고 할까. 과거 '모래시계'를 뛰어넘는 필모그래피로 남길 작품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현정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선덕여왕'이 그의 인생에 대박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꿈이다. 우선 대박 작품의 요인으로 높은 시청률과 시청자 반응이다. '선덕여왕'은 2회 만에 시청률 16.6%(TNS미디어 전국 일일기준)을 기록하며 단숨에 월화 드라마 톱을 차지했다.

단, 2회에서 24년간 세월을 담아내다보니까 숨 가쁘게 전개된 사이에 악녀 미실의 연기가 빛났다는 평이 많다. 이번 방송에서 고현정은 순진한 표정으로 진흥왕(이순재)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도 뒤로는 왕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지만 절대 도를 넘는 표정은 지어보이지 않았다.

SBS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 스타일은 더더욱 아니었던 고현정 연기에 일각에서는 "악녀 치고는 너무 순하다"라는 혹평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고현정은 이에 대해 예고했었다.

고현정은 지난 14일 제작발표회에서 "제가 미실이 나쁘다고 해서 나쁜 무서운 표정만 짓고 있으면 (악인이라는 것이) 쉽게 들키잖아요"라며 "합리화 시키려고 해요. '이것은 나쁜 짓이 아냐'라며 내 행동에 설득력을 가지고 합리화시키면서 연기를 잘해서 그것을 연기력으로 이기려고 말이죠"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미실 캐릭터와 연기관에 대해 말했다.

고현정은 당시 언급했던 것처럼 그가 생각하는 악녀는 미소를 머금고 순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오히려 더 섬뜩하고 카리스마 있으며, 어찌 보면 시대를 잘 못 만나 슬픈 그러한 미실을 연기하는 것일지 모른다.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김남주가 천지애를 처음 연기할 때 "아줌마 같지 않고 너무 이쁘다"는 비판에 대해 묵묵히 자신의 캐릭터를 창조해나갔던 것처럼 고현정도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해간다면 '선덕여왕'의 시청률 견인은 물론, 필모그래피에 필적할 연기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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