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선거 캠페인 모습
'언제 우리가 만났던가. 언제 우리가 헤어졌던가. 만남도 헤어짐도 아픔이었지….'
김세화 '작은 연인들'의 일부다. 지난 23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했다고 알려진 곡이다. 그가 떠나간 지금, 좋아했다는 이 노래의 가사가 예사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온 국민이 슬퍼하는 것은 비단 그의 정치적 업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신선한 충격을 국민에게 안기기도 했지만 그간의 대통령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인간적인 면모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통령이기도 했다.
'인간 노무현'이 사랑했던 가요, 영화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여전히 온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를 다시 한 번 추억해 본다.
◆애창곡 김세화 '작은 여인들', 양희은의 '상록수', 문성재 '부산 갈매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앞서 언급한 김세화의 '작은 연인들'을 비롯해 양희은의 '상록수', 문성재의 '부산 갈매기'를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노 전 대통령과 가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는 앞서 2002년 대선 당시 그간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시도를 통해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중심에 가요가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래를 통해 자신의 진정성을 국민들에 각인 시켰다.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기타를 직접 치며 양희은의 '상록수'를 부르는 장면은 신선한 충격과 함께 인간 노무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 전까지 대통령 후보가 선거 캠페인에서 노래를 부른다거나 악기를 다룬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방송 캠페인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두 손을 꼭 모은 채 부르기도 했다.
퇴임 후에도 그는 봉하마을에 들른 관광객들을 위해 사저 앞에서 밀짚모자를 쓴 채 구성지게 가요 한 가락을 부르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당시 동영상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에 의해 회자되며 그를 추억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 '초록물고기', '쉰들러 리스트', 드라마 '웨스트 윙'(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좋아했던 영화..이창동의 '초록물고기', 스필버그의 '쉰들러리스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영화 '초록 물고기'와 '쉰들러 리스트'를 좋아했다고 한다.
1997년 작 '초록 물고기'는 노무현 정권에서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의 작품으로 암흑가를 통해 부조리한 사회를 조명하고 인간의 허무한 삶을 되짚은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에는 이창동 감독 외 문성근 명계남 등 '노무현의 사람들'이 대거 출연한 바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1994년 만든 '쉰들러 리스트'는 익히 알려진 바대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대학살이 자행되던 시기, 독일인 쉰들러가 위험을 무릅쓰고 유태인들을 구한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부조리함 속에 허무한 인간사를 조망한 '초록 물고기'와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쉰들러 리스트'는 많은 부분 '인간 노무현'에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과 참모진 이야기 그린 미드 '웨스트 윙' 즐겨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미드'(미국 드라마) 애청자였다. 그는 취임 초기 미드 '웨스트 윙'을 애청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백악관 비서동을 의미하는 '웨스트 윙'은 워싱턴 정가를 다룬 정치 드라마로 NBC TV가 지난 1999년부터 방송한 작품으로 시즌 7까지 방송했다. '지옥의 묵시록'의 마틴 쉰이 대통령 조시아 역을 맡았다.
에미상 최우수 TV시리즈 상을 4년 연속(2000~2003) 수상하는 등 대통령과 참모진들이 긴급한 정치 현안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린 수작으로 꼽힌다.
이 드라마는 이명박 대통령도 7개 시리즈 전편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질 만큼 '대통령의 드라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