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와 '터미네이터:미래 전쟁의 시작'(이하 '터미네이터4')의 열풍에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고 있다.
두 영화는 2009년 개봉 영화들이 세웠던 기록들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지난 28일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앞서 21일 개봉한 '터미네이터4'는 3일 만에 전국 관객 100만명을 넘어섰다. 2009년 개봉 영화들의 첫 주 박스오피스가 50만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두 영화가 올 초 개봉한 영화들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 관객들의 높은 관심 때문만일까? 여기에는 스크린 독점이란 현실이 숨어 있다.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등록되어 있는 스크린은 전국 311개 영화관에서 2121개 스크린이다. 전국 극장 중 98%가 가입되어 있다.
30일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마더'는 709개, '터미네이터4'는 663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 이어 '천사와 악마'가 319개, '7급 공무원'이 298개에서 상영되고 있다. 통상 영진위 통합전산망은 한개 스크린에서라도 상영이 되면 상영관수에 집계되기에 실제 스크린수보단 많다. 제작사에 따르면 '마더'는 500개 스크린에서 시작해 주말 600개를 넘어섰다.
단순히 상영관 수로 판단했을 때 스크린 독과점이 떠오르지 않지만 일부 영화의 경우 교차상영관을 포함한 점을 감안했을 때 현실은 심각하다. 300여석 규모의 극장 메인관을 이들 영화가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J엔터테인먼트 배급 작품이 '마더',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작품이 '터미네이터4'라는 점에서 두 배급사 라인 극장의 경우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CGV의 대표적인 극장인 용산CGV의 경우 '마더'는 340여석의 IMAX 관, 210여석의 3관 4관, 10관, 30여석의 골드클래스에서 개봉하고 있다. '터미네이터4'는 210여석 규모의 1관 2관, 200석 규모의 9관에서 만날 수 있다. 총 2400여석에서 1620석을 두 영화가 차지하는 것이다.
이를 영화 점유율과 비교했을 때 수치를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른 '마더'의 점유율은 52.9%, '터미네이터4'는 29.4%다. 두 영화가 70% 가까이 극장 좌석을 점유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이 같은 현실에 피해를 입는 곳은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정재영 려원 주연의 '김씨 표류기'다. 지난 14일 개봉한 '김씨 표류기'는 평단과 관객들에게 높은 호평을 받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7.97이다.
그러나 '김씨 표류기'는 30일 서울 극장 기준으로 5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돼 20만 명을 겨우 넘어섰다. 관객의 사랑을 받지 못한데는 극장 배급 상황에서 밀린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 용산CGV에서 '김씨 표류기'는 181석 규모의 7관에서 유일하게 상영되고 있다.
'마더'와 '터미네이터4'의 연일 기록 경신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극장으로 끌어 모은다는 점에서 축하할 만하다. 하지만 두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에 관객들이 다른 좋은 영화들을 만날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점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