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아 "촬영장서 웃는 내모습에 나도 놀란다"(인터뷰)

김수진 기자  |  2009.06.03 15:18
배우 이청아 ⓒ송희진 기자 songhj@ 배우 이청아 ⓒ송희진 기자 songhj@


"'늑대의 유혹', 어쨌든 나를 보면 떠오르는 게 있다는 사실이 요즘에는 좋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사람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늑대의 유혹' 이미지를 벗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지금도 나를 떠올리며 '늑대의 유혹' 이미지를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 내가 '왜 그것을 벗으려고 하고, 왜 비슷한 역할을 피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배반하면 대중도 나를 외면하는 것 같다. 서로 만족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2004년 스크린을 사로잡았던 두 명의 '꽃미남' 강동원과 조한선. 이 두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한 평범한 '소녀' 이청아. 남성관객에게는 첫사랑의 설렘을, 뭇 여성들의 질투와 부러움을 한 몸에 산 그다. 지금도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되고 있는 '늑대의 유혹' 얘기다.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렸다. 해가 바뀌면서 이청아는 소녀의 이미지를 벗어내며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 2', '선데이서울', 드라마 '별순검'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다.

지금, 그는 또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전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눈치 없고 엉뚱하고 발랄한, '세상 참 편안하게 사는 사람이구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인물 '민지'로 변신했다. 방송중인 KBS 2TV 수목미니시리즈 '그바보'(그저 바라 보다가·연출 기민수)가 그 무대다. 3일 오후 이청아(25)를 만났다.


"민지는 외향적이다. 내 주변에선 찾아볼 수 없는 스타일의 사람이다. 시끄럽고 소란스럽고 눈치도 없다. 사실 나는 외향적인 타입이 아니라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이 작품을 선택하면서부터 겁이 났었다.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시달렸다. 게다가 밉상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밉상인 캐릭터다. 지금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민지를 통해 이해하게 됐다. 민지처럼 세상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 또 다른 나를 얻었다."

이청아의 고민은 기우였다. '그바보'에서 다소 과장스러워 보이는 연기는 상대배우의 감정을 배가시키는 전달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이청아의 연기변신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뜨겁다. 한없이 얄미워 보일 수 있는 '민지'를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다. 민지를 통해 얻은 것은 이뿐 아니다. 이미지 변신도 대성공했을 뿐 더러 실제 이청아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촬영장에서 까르르 웃고 있는 내 모습에 내가 깜짝 깜짝 놀란다. 촬영장에선 모두가 나를 민지로 대해주셔서 즐겁다. 사실 민지는 단박에 잡힌 캐릭터는 아니다. 첫 대본 연습 날 너무 오버한다는 이유로 혼자 리딩을 하기도 했다. 이도 내게는 즐거운 일이다. 예전에는 너무 가라앉았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그는 과오에 대한 성찰과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더 좋은 모습, 발전하는 모습으로 대중과 소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가 좋은 것을 하는 게 좋다. 지금까지는 연기하는 게 좋다. 딴 짓 하려고 눈을 돌린 적도 있었다. 이제 연기는 내 삶의 일부다."

배우 이청아 ⓒ송희진 기자 songhj@ 배우 이청아 ⓒ송희진 기자 song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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