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화결산]한국영화 희망을 봤다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09.06.19 08:30
ⓒ칸해변에 위치한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스 앞에서 태극기가 바람에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칸해변에 위치한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스 앞에서 태극기가 바람에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불황이라는 긴 터널에 드디어 끝이 보이는 것일까?

2009년 상반기, 침체를 거듭했던 한국영화에 여러 희망의 징조가 보였다. 톱스타 하나 없는 영화가 800만 고지를 밟았으며, 독립영화가 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제62회 칸국제영화제에 역대 최다인 10편이 초청됐을 정도로 한국영화에 대한 국제 위상도 높았다. 결국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칸에서 낭보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영화 점유율도 꾸준히 증가했다. 여러 유의미한 지표는 분명 한국영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하반기 전망은 어떨지 짚어봤다.

#천만 영화는 없어도 다양한 영화로 관객 마음 되돌려


상반기, 천만 영화는 없었지만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의 큰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한국영화들이 블록버스터와 저예산으로 양극화되고 있다는 우려와는 달리 허리급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을 거둔 게 특색이다.

톱스타도 없는데다 신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과속스캔들'이 8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으며, '워낭소리'가 독립영화로서는 유례없는 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워낭소리' 흥행은 독립영화를 재조명시켜 '똥파리' 흥행으로 이어졌다.


명맥을 잃어가던 로맨틱 코미디가 '7급 공무원'으로 부활한 것도 눈에 띈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감독들 영화가 연이어 개봉한 것도 한국영화 부흥에 일조했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시작으로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한국영화에 관객의 흥미를 다시 불어 넣었다.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장르,소재, 타켓에서 차별화되는 다양한 화제작을 주거니 받거니 한 것 또한 한국영화 관객 증가에 일조했다.

3대 배급사 중 쇼박스는 주춤한 반면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선전을 펼쳤다. 만년 3위 롯데가 CJ를 제치고 한국영화 배급사별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게 특이점이다.

양사는 상반기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지만 사실상 '윈-윈'을 이뤘다. '7급 공무원'(4월 22일, 롯데)을 시작으로 '박쥐'(4월 30일, CJ), 'T4'(5월 21일, 롯데), '마더'(5월 30일, CJ)로 이어지는 화제작 릴레이가 관객의 지속적인 관심과 구매를 유도했다.

#한국영화 점유율 상승..관객도 함께 증가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이 증가하면서 전체 관객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영화진흥위원회 1~5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한국영화 점유율은 46.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 한국영화 점유율이 40.4%였던 데 비해 6.1% 포인트 상승한 기록이다.

국적별 점유율 2위인 미국영화가 41.4%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을 고려할 때 한국영화가 전체 시장을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과속스캔들'이 올 초 800만명을 동원하고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바톤을 이어 받은 뒤 '7급 공무원', '박쥐' '마더'로 화제작이 꾸준히 개봉됐기에 가능했다.

관객수도 늘었다.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관객은 6,3%, 매출액은 8.4% 증가했다. 특히 5월 관객수는 경이적일 정도로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해 5월 총 관객 99만 8,042명을 기록했던 한국영화는 2009년 5월 790만 229명을 동원, 전년 동월 대비 692% 증가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5월 한국영화 점유율이 7.7%를 기록한 데 비해 올해 5월은 한국영화 점유율이 49.2%를 기록한 것에서 알 수 있듯 한국영화가 선전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청신호..하지만 하반기 불안요소多

점유율이나 매출액 등 각종 지표를 봤을 때 상반기 영화시장은 지난 해 불황과 침체를 딛고 일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개봉 영화가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었으며 '7급 공무원' '박쥐' '마더'를 잇는 한국영화 화제작이 적절한 시기에 나올지 불안요소가 많다. '국가대표' '해운대' '10억' '차우' 등이 여름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트랜스포머2' '해리포터' 등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내사랑 내곁에' '전우치' 등을 제외하면 하반기 주목할 만한 영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도 우려를 자아낸다.

제작편수가 확연히 줄어들었으며,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저예산영화에 톱스타가 출연하는 현상이 부쩍 늘어난 것도 불안요소 중 하나다.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영화계를 떠나는 현상은 한국영화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정국 불안과 신구 영화인 대립, 한예종 사태 역시 불안요소로 꼽힌다.

물론 한국영화 합법다운로드가 하반기 본격 시작되는 등 희망적인 요소도 있다. 불안요소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한국영화가 웃을지, 울을 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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