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김태우 동생 부담?..오히려 감사할 뿐"(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06.25 11:27
ⓒ송희진 기자 songhj@ ⓒ송희진 기자 songhj@


김태훈은 세상에 김태우의 동생이라는 사실로 먼저 알려졌다. 형제가 나란히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주목받았다. 하지만 김태훈은 상업영화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독립영화계에선 연기력을 널리 인정받는 배우다.


'상사주' '그림 같은 시절' 등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2006년 '달려라 장미'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됐으며, 지난해에는 '약탈자들'로 부산을 또 한 번 찾았다.

올해엔 김응수 감독의 '물의 기원'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칸에 초청된 '6시간'은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 부름을 받았다. '약탈자들'은 지난 18일 개봉해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각기 다른 색깔의 영화에 출연해 그 때마다 주목을 받는 것은 그만큼 김태훈의 표현 영역이 넓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김태훈은 '약탈자들'에서 벌침 맞고 날뛰는 당나귀 마냥 자신을 폭발시켰다. '6시간'에서 고독한 택시 운전사로 자신을 억눌렀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인 터라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고 있다.

'약탈자들'은 누군가의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이 상태라는 인물을 회상하면서 진행되는 영화다. 이야기와 등장인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하게 구성된 데다 재미있는 반전까지 담겨 있다.


각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상태는 논문 표절로 대학에서 잘린 속물근성 가득한 '먹물'인 동시에 전통무술 마한머루의 계승자며, 재수생 시절 여중생과 관계를 맺은 호색한이다. 김태훈은 사람들의 회상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상태란 인물을 두려움 없이 잘 표현했다.

김태훈은 "찍을 때는 연기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손영성 감독님이 좀 더 '오버'해달라는 부분이 이해가 안될 때도 있었다. 결과적으론 그 선택이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약탈자들' 촬영 도중 금장굴에서 달리는 장면을 찍다가 넘어져 오른팔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아픔을 참고 연기를 계속 했지만 주위에서 산에서 와이어 액션이라도 찍었냐고 묻는 통에 어디다 티를 내지도 못했다며 웃었다.

ⓒ송희진 기자 songhj@ ⓒ송희진 기자 songhj@


김태훈은 국내를 넘어 해외영화제까지 초청받는 배우로 성장하고 있지만 사실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꾸지는 않았다. 어릴 적부터 형 김태우가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봤기에 얼마나 힘든 길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김태훈이 연기를, 그리고 영화를 시작한 데는 형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미술학도를 꿈꿨던 터라 연극영화과 합격 소식에 망설이기도 했다. 그 때 김태우가 "그런 걸로 망설일 거면 너 같은 놈은 연기할 자격이 없다"고 했던 게 결정적이었다.

영화를 시작할 때도 형과 함께 시작한 스태프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그 때마다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짐했다. 비록 편집되긴 했지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김태우의 가족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김태우의 동생이라는 점은 김태훈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신경 쓰이고 불편한 부분일 수 있다. '약탈자들'은 김태우에게도 시나리오가 들어갔다는 소리를 듣고 감독에게 전화를 해 "혹시 형을 캐스팅하려 했던 게 아니냐"고 물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태훈은 김태우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부담보다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신인에 든든한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게 여긴다.

김태훈은 "형과 연기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늘 지켜봐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 본격적으로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 김태훈은 조만간 상업영화로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관객들은 그의 열정과 연기를 예술영화 전용관이 아닌 일반극장에서 조만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나이 서른다섯. 김태훈은 늦었다고 생각하기 보단 한 계단씩 막 오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태훈은 형과 닮은 듯 다르다. 먹물보단 날 것 냄새가 풍기는 이 목마른 배우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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