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禁 드라마 '친구', 폭력성 딜레마에 빠지다

김현록 기자  |  2009.06.28 10:05


동명의 히트 영화를 원작으로 삼은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연출 곽경택, 이하 '친구')이 첫 방송부터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빠른 전개와 사전제작 드라마다운 완성도가 역시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 등장하는 모자이크 장면 때문에 감동이나 재미가 반감됐다는 반응도 다수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곽경택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던 영화 '친구'는 2001년 개봉 당시에도 폭력적인 장면으로 화제에 오르내렸다. 조직폭력배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집단 난투극이나 잔혹한 살해 장면 등이 그대로 화면에 담겼고,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나 욕설도 별다른 여과 없이 삽입됐다. 때문에 드라마 '친구'가 제작될 때 어떻게 이 같은 묘사를 TV에 맞게 옮길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곽경택 감독은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대본을 쓰면서 과한 욕설을 걸러냈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폭력 장면은 걸러내지 못했다. 친구였던 두 조폭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당시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모은 영화 '친구'의 본령이나 다름없었다. 영화 개봉 당시엔 영화 개봉 당시 '폭력 묘사가 지나치다'는 여성 관객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을 정도다.


영화 '친구'와 제목이나 주인공 뿐 아니라 정서와 묘사까지 닮은 드라마 '친구'가 이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다정한 말이나 세심한 표정보다는 말없이 피우는 담배 한 대로 설명을 대신하는 남자들의 세계에 등장하는 흡연 장면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르고 '친구'를 필두로 여러 조폭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 탓에 잔혹한 묘사가 주는 충격감은 줄어들었지만, 공중파 TV까지 그 잔혹한 묘사를 모두 수용하지는 못했다. 드라마 '친구'는 심혈을 기울인 장면 곳곳에 뿌연 모자이크 처리가 된 상태로 전파를 탔다. 드라마 게시판에는 "모자이크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 "불필요한 장면들까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역시 8년간 달라진 관객·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반영하는 셈이다.


제작사는 자체 편집을 통해 폭력적인 장면 등을 걸러내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조폭이 된 친구의 대결, 이에 대한 생생한 묘사, 그리고 부산사투리 등은 '친구' 그 자체나 다름없다. 제작사 진인사필름이 이례적인 19세 이상 관람가 판정에 대해 "단지 방송 수위를 위해 과도한 편집이나 모자이크 처리 등으로 작품의 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난 27일 방송된 드라마 '친구'의 첫 방송은 9.0%(TNS미디어코리아)의 한 자릿수 시청률로 출발했다. 19세 이상 관람가라는 악재를 딛고, 30%가 넘는 시청률의 인기 드라마와의 경쟁에서 거둔 결과라는 점에서 절망적인 시청률은 결코 아니지만 '친구'에게 기대한 것으로는 다소 낮은 결과다.

드라마 '친구'가 넘어야 할 산은 그 매력을 상당부분 반감시킨 모자이크 처리일지 모른다. 방영이 계속되면서 학창시절의 이야기나 각 인물들과 연결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진행되면서 모자이크 등의 수단이 동원될 일이 줄어든다는 점은 '친구'로서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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