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트랜스포머2'가 가져온 3가지 반작용②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09.06.28 12:23


지난 24일 개봉한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이하 '트랜스포머2')이 4일만에 200만명을 동원하며 국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극장가는 모처럼 찾아온 대박 영화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지만 영화인들의 마음은 기쁘지만은 않다. '트랜스포머2'가 가져온 3가지 반작용을 짚어봤다.


#스크린 두개 중 하나가 '트랜스포머2'..스크린 독과점 입법화 절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7일 '트랜스포머2'는 전국 1214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국내 스크린수가 2200여개인 것을 고려하면 두 개 중 하나에서 '트랜스포머2'가 상영되고 있는 셈.


'캐리비안의 해적3'가 914개로 역대 최다 스크린을 점유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통상 영진위 집계가 한 관에서 한 편이라도 상영되면 상영 스크린수로 집계되는 것을 고려해도 상당하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도 대략 10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상영된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 논의가 불붙기 시작한 이래 최다 점유다.


체감으로 느끼는 '트랜스포머2' 독과점은 한층 크다. 주요 멀티플렉스 상영관 중 대부분이 '트랜스포머2'가 상영되고 있으며, 다른 영화는 조조와 심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러다보니 '트랜스포머2' 외에 다른 영화는 찾아볼 수 없는 형국이다.

이런 스크린 독과점 현상은 시장을 방임한 정부 탓이 크다.

극장 입장에서는 관객이 몰리는 영화를 트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고 반문하지만 극장은 공공재 성격도 갖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태풍'부터 지금까지 매해 불거진 스크린 독과점 논의는 '1등 영화' 때리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이제는 스크린 독과점 논의를 입법 차원에서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도록 진행해야 한다는 데 영화계의 중지가 모아지고 있다. 한 메이저 배급사 관계자는 "시장의 논리로 스크린 독과점을 해결할 수는 없다. 다운로드 합법화로 부가판권 시장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라도 독과점을 제안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랜스포머2' 열기에 가려진 극장요금 인상

'트랜스포머2' 개봉을 앞두고 멀티플렉스 중 하나인 메가박스가 극장요금 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지금까지 극장요금 인상은 영화계 숙원 사업 중 하나였으나 섣불리 손을 대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극장요금 인상을 담합으로 규정하고 거대한 액수의 추징금을 부여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가박스가 고양이 목에 먼저 방울을 단 데는 '트랜스포머2'라는 블록버스터가 개봉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메가박스는 해외 펀드에 팔린 터라 국내 대기업 계열인 CGV나 롯데시네마보다 정부의 물가 조정 압박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게다가 코엑스점이 메가박스점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때문에 '트랜스포머2' 개봉 직전 가격을 올려도 관객은 줄 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다.

'트랜스포머2' 정국이 시작됐기에 극장요금 인상도 예전보다 논의가 뜨겁게 불붙지는 않고 있다. CGV나 롯데시네마도 슬그머니 가격 인상을 단행할 눈치를 보고 있다.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다. 앞서 가격 인상 모의를 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시기에 요금이 인상될 경우 담합으로 공정위에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스타뉴스와의 통화에서 "극장 요금 인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담합 소지가 있을지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극장요금은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트랜스포머2'를 계기로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는 모양세는 추후 후폭풍도 예상된다. 다른 멀티플렉스들이 메가박스가 부러우면서도 섣불리 숟가락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높아진 관객 눈높이, 7월 한국 영화 CG는 어떡해

'트랜스포머2'는 국내 관객의 CG에 대한 눈높이를 한창 올려놨다. CG는 돈과 시간이라는 속설이 있는 만큼 2억 달러가 투입된 '트랜스포머2'가 엄청난 CG 효과를 자랑하는 것은 당연지사.

문제는 하늘로 올라간 관객의 눈높이가 자연스럽게 다른 영화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7월부터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 중 '해운대'와 '차우'는 CG효과가 두드러진 작품들이다.

살아 움직이는 로봇을 본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미흡한 CG가 영화에서 등장한다면 비교가 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전 세계가 대재앙을 맞는다는 '2012'가 올 여름 개봉에서 하반기로 밀린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눈치다.

'차우'와 '해운대'가 어느 순간부터 CG를 내세우지 않고 드라마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도 한 몫한다. 100억원 가량이 투입된 한국영화들이 블록버스터라는 사실을 내세우지 못하는 현실, '트랜스포머2'가 가져온 현상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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