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민 "이 땅의 조연중 내가 제일 잘생겼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07.03 14:54
ⓒ이명근 기자 qwe123@ ⓒ이명근 기자 qwe123@


'명품 조연'. 배우 박철민을 일컫는 수식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그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명품이란 단어가 따라붙었다.


광어회에 깔리는 아삭아삭한 무처럼 늘 한결 같지만 없으면 허전한...박철민은 자신의 위치를 알고, 또 그 몫에 감사한다. 그가 지난 1일 열린 영화 '아부지' 기자 시사회에서 "주연으로 소개됐지만 그건 아니다"면서 "난 아부지와 아들 사이에 가교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손을 내저은 것도 그 때문이다.

박철민은 15일 개봉하는 '아부지'(감독 배해성, 제작 주연이엔디)에서 시골학교 선생님을 맡았다. 아이들을 위하는 유머 가득한 선생님. 박철민 이외에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역이다. 박철민을 만났다.


-연극 '늘근도둑'을 하면서 드라마 '파트너'에도 출연한다. 영화 홍보까지 몸이 열개라도 힘들 것 같은데.

▶그렇게 바쁜 것은 아니다. 틈틈이 애들하고 놀 정도는 된다.


-지난해 '뉴하트'와 '베토벤 바이러스'로 한창 바쁠 때 '아부지'를 했는데.

▶딱 그 중간에 할 수 있었다. 전무송 선생님 같은 한 시대를 풍미한 선생님들이 모인다는데 감동을 먹었다. 또 너 없으면 못한다는 감독님의 말씀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웃음) 아마 지구에서 박철민이 없으면 영화 못찍는다는 감독님은 이 분이 유일할 것 같다.

-저예산인데다 개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이 영화는 '올드보이'들이 만나 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남들은 돈 주고 섬진강에 가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곳에서 머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었다. 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관련된 영화라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많이 떠올랐을텐데.

▶아버지는 어머니와 달리 멀고 벽 같지 않나. 나이가 들수록 소외되기도 하고. 우리 아버지는 우리 시대에 유효한 아버지셨다. 아버지 생각이 촬영 중에도 송골송골 들어오더라.

-딸이 둘 있는데 어떤 아버지인가.

▶아들은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를 닮아 가는 법이다. 그래도 난 반대되는 아버지가 되려 한다. 애들의 아랫것이 되자가 목표다. 동생 같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일하러 가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 아이들이.(웃음)

-첫 주연이라고 홍보가 됐는데.

▶이 영화는 어린 아이들이 주연이다. 난 비중이 적지 않을 뿐이지 주연 같은 조연일 뿐이다. 당연히 첫 주연도 아니고.

-주인공을 잡아먹는 조연이 있고, 주인공을 돋보이는 조연이 있는 법인데 박철민은 후자인 것 같은데.

▶조연이 뭐냐? 도울 '조'(助)를 써서 조연 아니냐. 작품과 주인공이 빛나야 조연도 빛이 나는 법이다. 그게 조연의 입장이다.

-그래서 명품조연이란 소리를 듣는데.

▶명품 조연은 언론이 만들어줬을 뿐이다. 그저 그랬으면 하니깐 명품이란 단어를 써줬겠지. 조연은 명품이 되면 안된다. 명품이면 조연으로 쓰면 안되지. 각자의 자리에는 각자의 향기가 나는 법이다.

ⓒ이명근 기자 qwe123@ ⓒ이명근 기자 qwe123@


-조연은 아무래도 묘사가 힘든 법인데. 작품마다 꼭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조연은 아무래도 섬세하게 그리지는 못한다. 장면도 적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집에 누워있는 아버지가 있다는 설정까지 만들었다던데 이번 '아부지'에선 어땠나.

▶실제 나와 비슷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큰 설정은 하지 않았다. 속없고 철없고 덤벙대고 그러면서도 친구 같은.

-조형기 캐릭터와 겹치기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 출연 요청이 많을 것 같은데.

▶내 전공이 아니다. 내가 놀던 물의 온도가 아닌 거다 예능은. '놀러와'에 한 번 출연했는데 유재석은 9단이더라. 아마추어가 가서 할 게 아니더라. 여기서 빛나는 사람이 있고 내가 빛날 수 있는 곳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또 거기서 소진되면 영화나 드라마에 나도 어색해지고 시청자도 어색해 할 것 같다.

-치고 올라오는 조연 후배들 때문에 불안하진 않나.

▶오광록 오달수 유해진 이문식, 이 땅의 조연 중 내가 제일 잘생겼기 때문에 괜찮다.(웃음) 남들은 인상이 남게 생겼지만 난 평범하게 생기지 않았나. 그래서 내가 더 오버하는 부분도 있다.

-연극무대와 TV, 영화를 오가는데 원칙은 있나.

▶부르는 데로 쫓아다니다 보니 다양하게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영화가 좀 많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영화는 길게 준비하니 많이 후회한 적이 없으니깐.

-코믹 이미지로 희석되는데 아쉬움은 없나.

▶그것도 부르는 데로 달라가니깐 아쉬움은 없다. 다만 한 번 치가 떨리는 악역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내 눈을 보면 악의 그림자가 느껴지지 않나.

-'아부지'는 '트랜스포머2'와 붙는다. 걱정은 없나.

▶아주 소박한 바람이 있다. '트랜스포머2' 하루 관객의 절반만 들었으면 좋겠다. 그 정도면 출연한 스태프들도 감사할 수 있다. 시원한 냉수 한 그릇 떠놓고 기도하는 심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