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태수 ⓒ 송희진 기자 songhj@
배우 전태수는 여느 신인 배우와 다른 위치에 서 있다. '하지원 동생'이란 양날의 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그와 관련된 보도들에는 '하지원 동생'이란 글귀 가 빠지지 않는다. 관객, 영화 관계자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반면 기대치를 높이게 된다. 전태수는 '하지원 동생'이란 알을 깨고 새롭게 비상하기를 꿈꾼다.
전태수는 이번 제8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 두 개의 작품을 들고 찾았다 . 배우 구혜선이 감독한 '유쾌한 도우미'와 'K&J운명'이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은 서로 반대지점 에 있는 영화다. '유쾌한 도우미' 모습이 잔잔한 파도라면 'K&J운명'은 쓰나미에 가까운 강렬함을 선사한다. 사실 그의 카멜레온 같은 변신보다 왜 단편영화에 출연했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의 타이틀을 이용한다면 좀 더 쉽게 도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단편영화는 장편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는 감독들이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색다른 연기에 도전할 수 있고,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 하는 연기를 해볼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전형화 된 대답 같지만,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 대답에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잠시 고민한 뒤 나즈막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해내는 모습에 서서 히 빠져들게 된다. 농담 같은 질문 하나 하나에 깊이 있는 대답을 던지는 그를 통해 연기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배우 전태수 ⓒ 송희진 기자 songhj@
전태수는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를 꿈꿨다. 10년 넘게 모범생 연기자인 누나 하지원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하지만 대학은 연극영화학과가 아닌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연극영화학과보다 미술이 연기에 있어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전태수는 배우를 꿈꾼다. 배우란 무엇인가? 전태수는 "그 사람 연기 정말 잘하더라. 이 역할 맡기를 잘했다는 칭찬을 받는 연기자가 배우가 아닐까?"라고 설명한다. 그 는 연예인과 배우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지원 동생'이란 수식어를 벗어나야 한다. 배우 엄태웅이 '엄정화 동생'이란 타이틀을 벗고 연 기자로 인정받았듯, 그도 자신의 이름으로 빛나는 연기자를 꿈꾼다.
"데뷔 초에는 '하지원 동생'이란 수식어가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척 자랑스럽다. 연기를 해보니 누나가 그만큼 해놨기 때문에 나를 그렇게 부르는 구나를 느낀다. 사 실 정말 조심스러웠다. 누나를 알고 있는 사람한테 내 연기를 보여주는 게 걱정됐다"
그는 무엇보다 하지원에게 연기자로서 자세를 배웠다. 하지원은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특별한 스캔들이 난 적도 없고, 항상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스타 배우다. 그가 '하지원 동생'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이 같은 자세를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던 것이다.
"누나를 통해 자기 관리에 대한 준비성과 노력에 대해 배웠다. 누나는 지금까지 몸을 굴리는 연기를 많이 했다. 그런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배우려는 자세를 통해 이뤄졌다. 누나는 항상 모든 점에서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그는 이제 자신의 이미지를 찾아가고 있다. 데뷔 3년차. 3년이면 이제 배우라고 할 수 있지 않냐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가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아직 연기 자 로서 보여줄 게 많기에, 그 문을 하나 하나 두드려보고 있다. 일일극, 단편영화, 사극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지금은 이미지를 찾아가는 중간 단계다. 작품에서 좋은 이미지를 통해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제 이미지를 잘 모르겠다. 코믹 액션 멜로 등 다양한 연기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싶다."
전태수는 이제 서서히 연기의 진맛을 알아가고 있다.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출 때 소름이 도는 그 희열감을 잊을 수 없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온 몸의 세포가 튀는 느낌이다"란다. 26살의 뜨거운 청춘이 보여줄 질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