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 '괴물'이 되고픈 시실리..2㎞가 남았다①

[한국영화 빅4 따라잡기]

전형화 기자  |  2009.07.09 09:36


2009년 여름, 한국영화는 변신로봇의 공세에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또 마법소년과 미국판 공공의 적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한국영화들은 100억원이 투입된 영화가 세 편, 그리고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가 대기 중입니다. 스타뉴스는 각각 색깔이 뚜렷한 '차우' '해운대' '국가대표' '10억' 등 올여름 기대작 4편을 차례로 조명, 한국영화를 응원합니다.


신정원 감독의 '차우'는 지난해부터 영화계 이곳저곳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시실리 2㎞'를 연출한 신정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엄태웅 정유미 등이 출연, 제2의 '괴물'을 찍고 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졌기 때문이다.

'퍼펙트 스톰' '투모로우' 등 할리우드 CG를 담당하는 한스 울릭의 참여, 샌프란시스코 로케이션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차우'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하지만 '차우'는 투자사인 벤티지 홀딩스의 내우외환 등 악재에 부딪히면서 개봉 날짜를 못 잡은 채 이리저리 표류,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와중에 CG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흘러나오기도 해 불안감을 더욱 크게 했다. 자칫 순제작비 66억원이 투입된 웰메이드 영화가 사장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그런 와중에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구원투수로 등장, '차우'는 극적으로 개봉을 맞게 됐다. 8일 대한극장에는 소문이 무성했던 이 영화를 확인하려 수많은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들이 몰렸다.


마침내 뚜껑을 연 '차우'는 '괴물'의 덩치에 '시실리 2㎞'의 감성을 담은 블랙 코미디물이었다. 상영 내내 낄낄거리는 웃음이 이곳저곳에서 터졌다. 괴수영화의 긴장감은 쉽게 찾을 수 없던 반면 블랙 코미디의 장점은 상당했다.

'차우'는 인간에 터전을 잃은 식인 멧돼지와 그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하이 컨셉트는 '죠스' 등 여느 괴수영화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괴수영화가 주는 이완과 긴장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아니 처음부터 괴수 어드벤처와는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차우'는 괴수영화라기 보다 캐릭터 영화에 가깝다. 뻘짓 하는 경찰들과 곳곳에 출몰하는 광녀, 치매에 걸린 노인 등 기괴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난장을 벌이는 소동극이다.


때문에 이 영화에 CG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3미터가 넘는 식인 멧돼지가 등장하지만 공포를 준다기 보단 '차우' 속 캐릭터의 하나로 여겨질 뿐이다. 어설픈 CG가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이유다.

'죠스'나 '괴물'을 기대하고 '차우'를 찾는다면 실망할 수 있다. 시종 이어지는 농담이 거슬리는 관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차우'는 제격이다. 이것저것 다 넣은 잡탕에서 우러나오는 기묘한 맛, 정체를 파악할 순 없지만 즐길 수 있는 맛, '차우'의 맛이다. 15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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