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에 '놀러가'면 '패밀리' 모두 '해피투게더'?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2009.07.09 16:48


방송가 사람들은 매일 아침마다 시청률 전쟁의 결과를 확인하느라 가슴이 쪼인다. 시청률이란 녀석은 동시간대 방송되는 타 방송 프로그램과 1~2% 숫자차이로 심장을 쪼였다 풀었다, 간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폈다 할 만큼 그 위력이 무시무시하다. 시청률은 곧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냉정한 평가이자, 동시에 만들고 있는 사람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니까.


만들고 있는 사람들엔 제작진뿐만 아니라, 한 프로그램의 얼굴인 연예인 출연자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그들 역시 고정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따라 소위 말하는 ‘급’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인기 역시 마찬가지에, 부수적으로 광고 제의까지 오냐, 마냐 등의 일들이 생기는 게 아니겠는가.

이 부분에 있어서 진행자로서 독보적인 사람이 있다. 바로 국민 MC 유재석이다. 바로 지난 월요일 밤 ‘놀러와’가 3사 토크쇼 중에 독보적으로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며, 일요일 저녁에는 ‘패밀리가 떴다’ 역시 1위에, 토요일에는 ‘무한도전’, 목요일 밤 ‘해피투게더’까지... 그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모두 1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니 유재석이 진행하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제작진들의 불문율이 생기고, 시청자들 역시 그가 출연하면 ‘무조건 재미있을 거야’라는 기대감이 생긴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렇담 유재석이 국민MC로 등극하게 된 요인은 뭘까? 일단 ‘편안함’ 되겠다. 길거리에서 백이면 백, 붙잡고 물어보라. 아마 모두들 그는 편안한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편안함이란 연기로 가장한다고 가질 수 없다. 그건 외모에서, 말투에서, 웃음 소리에서, 몸짓에서 그냥 자연스럽게 베어나오는 것이니까. 이 편안함이 유재석에겐 충분히 넘쳐흐른다. 그러다보니 남녀노소 모두가 그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게 아닐까.

상상해보라. 몸에서 번쩍번쩍 후광이 비치는 연예인들을 길거리에서 만났다고 말이다. 어떻게 하시겠는가? 멀리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겠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덥석 손을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반대로 그를 길가다 만났다면? 동네 오빠나 형, 동생, 아들쯤으로 여기고 덥석 끌어안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수 있을 것 같지 않나? 왜? 그에겐 특유의 편안함이 있으니까.


이건 곧 방송 프로그램으로 직결된다. 어떤 진행자의 경우는 게스트 중에 ‘그 사람이 MC면 절대 출연 안해요’ 할 만큼 적들이 많은데 비해, 유재석은 그런 일이 없다. 그는 나이가 많건 적건, 여자건 남자건, 분야가 배우건 가수건 상관없이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그 편안함으로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진행자이니까. 그러나보니 어떤 게스트에게 때로는 민망하고 당황스런 질문을 해도 그가 하면 밉상으로 보이지 않는 놀라운 효과가 있다.

여기에 또 하나 플러스,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란 매력이 있다. 세상에는 조금만 잘 되도 어깨에 스스로 깁스 맞추는 사람들이 많다. 하늘 아래 자신의 콧대보다 더 높은 사람은 없는 듯 빳빳이 고개를 들고 다니다가 그 교만함이 화를 불러, 주변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는 경우를 봤다. 하지만, 유재석에겐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 ‘국민MC’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깁스며, 높은 콧대는커녕 오히려 어설픈 모습 일색이다.

지금의 ‘무한도전’의 초장기 시절, 내복처럼 몸에 딱 붙는 쫄쫄이를 입고 무모한 것들에 도전하던 일들을 기억하시는가. 그 당시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쫄쫄이 입고 프로그램하는 게 정말 좋다. 나 아니면 누가 쫄쫄이를 막 입어주겠어.’하는 자신이 좀 흉해보이더라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쫄쫄이를 입고 시청자들을 웃겨주는 게 행복하단 얘기였다. 그는 자신이 멋있어 보이는 건 중요하지 않다. 못나보여도 상관없다. 시청자들이 재미있어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러니 찜질방 옷도 즐겁게 입고, 온갖 웃기는 가발들도 마다하지 않으며, 이상한 복장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기꺼이 하는 게 아닐까. 그의 이런 모습들이 계산에 의해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돋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그의 프로그램엔 경계선도 없다. 적도 없다. 그저 남녀노소 온 가족들이 실컷 웃고 싶을 때, 그저 놀러만 가면된다. 00세 미만 관람 불가처럼 민망함도 없고, 불편함도 없이 그냥 웃음만 있으니까.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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