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한국형 재난블록버스터 새 장 열까①

[한국영화 빅4 따라잡기]

전형화 기자  |  2009.07.16 09:00


2009년 여름, 한국영화는 변신로봇의 공세에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또 마법소년과 미국판 공공의 적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한국영화들은 100억원이 투입된 영화가 세 편, 그리고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가 대기 중입니다. 스타뉴스는 각각 색깔이 뚜렷한 '차우' '해운대' '국가대표' '10억' 등 올여름 기대작 4편을 차례로 조명, 한국영화를 응원합니다.


23일 국내 최초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가 관객에 첫 선을 보인다. '해운대'는 순제작비만 129억원이 투입돼 올 여름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한다.

'쉬리'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선보인지 꼭 10년만에 등장한 '해운대'는 여러모로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나타내는 영화다. 한국영화가 감독의 상상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길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르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해운대'는 탄생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아니 우려보다 한국영화에서 쓰나미를 재연하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의 따랐다. 주연배우인 설경구는 "시나리오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정말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사실 걱정됐다"고 말했다.

'해운대'의 고민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쓰나미를 우리 기술로 스크린에 구현할 수 있을까, 윤제균 감독은 해답을 해외 인력과 국내 인력의 결합에서 찾았다.


불보다는 물, 물보단 털이라는 CG의 난이도를 해결하기 위해 일찌감치 해외 인력에 눈을 돌렸고, '퍼펙트 스톰' '투모로우' 등 할리우드 CG를 담당했던 한스 울릭에게 기본 소스를 부탁했다. 또 상당 부분을 국내 CG업체인 모팩 스튜디오가 담당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동안 영화계에선 '해운대' CG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환율이 상승해 CG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반면 원하는 완성도가 나오지 못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스타뉴스의 확인 결과 CG 완성도는 여느 할리우드 재난영화에 못지않았다.

국내에서 시도해보지 못했던 작업이었던 터라 CG가 영화의 핵심인 것처럼 소개되지만 사실 '해운대'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해운대에 놀러온 정신없는 피서객과 해양구조요원, 엑스포를 준비하는 여인과 쓰나미 발생을 경고하는 그녀의 전 남편, 그리고 아버지를 잃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여인과 그녀를 마음에 품고 있는 남자 등 각양각색의 군상들이 벌이는 소동극이다.

이 소동극은 영화가 시작된 지 1시간 20여분 정도 진행된다.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은 당연히 그 뒤의 일이다. 각 캐릭터들을 스크린에서 웃고 울리는 것은 '색즉시공' '일번가의 기적' 등에서 익히 선보인 윤제균 감독의 장기다.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를 재난영화라기 보단 사람냄새 나는 코믹 휴먼극으로 만들었다. 모든 갈등의 해결을 쓰나미라는 천재지변에 맡겼다는 점에서 그리스 연극을 떠올리게 한다.

때문에 할리우드식 재난영화를 기대하고 '해운대'를 찾으면 실망할 수도 있다. 여느 할리우드 재난영화는 재난을 경고하는 과학자들이 극의 갈등을 고조시키지만 '해운대'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과학자가 등장하긴 하지만 이혼한 아내와 딸에 대한 사랑을 더욱 중요하게 그렸다. 이야기의 중심도 과학자가 아니다.

이는 '해운대'가 드라마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것을 되새기게 한다. '해운대'는 윤제균표 코미디와 쓰나미의 결합이다. 혜성 충돌을 똑같이 다룬 '아마겟돈'과 '딥 임펙트'를 비견하자면 '해운대'는 후자에 가깝다.

'해운대'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도전이다. 과연 이 도전이 성공할지, 그래서 다음 도전에 디딤돌이 될지, 관객의 선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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