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철호 ⓒ임성균 기자 tjdrbs23@
"길을 가다보면 언덕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다. 나는 항상 앞으로 보고 걸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 최철호의 말이다. 안방극장에 '꽃중년' 바람을 불고 온 그, 요즘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그의 연기 인생 19년 만에 찾아온 선물이다. '꽃보다 철호'는 인기리에 종영된 MBC '내조의 여왕'을 통해 그에게 붙여진 애칭. 이에 앞서 그는 KBS 2TV 대하드라마 '천추태후'에서 광기어린 열연을 펼치며 반짝 반짝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1990년 연극무대에서 연기활동을 시작한 그의 연기력에 대서는 논할 가치도 없는 일. 무대 위에서, 스크린에서, 브라운관에서 그가 선보이는 연기는 반석 위에 세운 집에 비유해도 어불성설이 아닐 것이다. 연기에 대한 집착과 열정은 그를 선천적 연기자로 평가받게 하는 이유다.
금주를 선언한 것도, 꾸준한 피부 관리로 30대의 피부를 회복한 것도, 체중을 감량한 것도 연기에 대한 신념과 열정 때문이다. 뒤늦게 그에게 찾아온 인기는 꾸준한 연기생활의 덤인 셈. 그가 배우인생을 길에 비유한 것도 그의 소신 있는 길에서 얻은 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그의 인생이 평지와 내리막길을 내달렸다면 최철호는 언덕길 정상을 향하고 있다. 코믹연기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고, 이내 변신을 감행했다. 방송중인 KBS 2TV 수목미니시리즈 '파트너'가 그것이다. 혹자는 "역시 최철호다"라는 호평을, 혹자는 "기대에 비해 미지치 못하는 캐릭터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평가가 엇갈리지만 최철호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한결같다. "역시 배우다".
지난 27일 오후 최철호를 만났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그는 대본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선천적 배우라는 평가가 노력 없이 얻어지는 건 아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배우 최철호 ⓒ임성균 기자 tjdrbs23@
"스스로 부족한 게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또 두렵다. 작품에서 내가 연기하는 인물을 '최철호화'하는 것이다. 최철호를 버리는 게 아니다. 많은 배우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연기란 내게 있어 산고다. 고민하고 아파한다. 노력한 자만이 연기를 논할 수 있다. 쉽게 말 수 없다." 자신의 한계는 자신이 알고 있기에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내면 깊은 곳에 겸손이 베어져 나오는 그다.
최철호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하면서 좋은 선배들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좋은 독백과 대사가 많은 '103개의 모노로그'라는 책을 외우다시피 공부했다"며 선천적 연기자라는 평가에 고개를 저었다. 국내외 유명 희곡에서 남녀별로 독백을 추린 '103개의 모노로그'는 국내외 유명 희곡에 서 남녀별 독백을 추린 책으로 한 때 연기지망생의 필독서다.
사실 '내조의 여왕'이후 최철호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수많은 작품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그의 선택은 '파트너'였다. 코믹연기로 대중성을 얻은 그가 곧바로 카리스마 가 작렬하는 냉혈 변호사로 변신했다. 의외의 선택이라는 우려 반, 힘이 넘치는 그의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이었다. '파트너'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철호에 대한 기대감은 꺾이지 않았다. 정형화된 캐릭터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시청자를 압도하는 살아 있는 눈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파트너', 연기생활의 과정에서 또 배움을 주는 작품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내조의 여왕'으로 코믹이미지가 굳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기에 선택하게 됐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에 대해)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게 아쉬움이다."
'파트너'도 어느덧 다음 달이면 종영된다. 그는 또 어떤 변신을 준하고 있을까. "얘기중인 작품은 있다. 사실 나는 작품을 빨리하겠다, 천천히 하고 싶다가 아니다. 변신 할 수 있다면, 확 당기는 작품이라면 선택한다."
배우 최철호 ⓒ임성균 기자 tjdrbs23@
터프가이, 강인한 눈빛, 한결같은 무게감을 지니고 있던 그가 코믹을 선사했을 때,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호감도는 수직상승했다. 최철호의 연기색(色)에 있어 가능한 변화가 궁금했다.
"굉장히 하드한, 거친 역할을 하고 싶다. 남성스러움을 강조한 역할이랄까. 코믹 등 장르를 나누는 것은 아니다. '내조의 여왕'에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했다면, 덜 과장되고 자연스럽고 활동적인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사실 내 안에 숨겨진 개그본능을 더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다."
연기를 할 때면 무서울 정도로 강하게 느껴지는 그지만 가족 얘기가 나올 때면 얼굴에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인간 최철호는 어떨까. 최철호는 놀이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 참여수업에는 바쁜 스케줄 가운데도 시간을 할애하는 자상한 아버지다.
"현실적 가장이다. 대한민국 내 또래 남자들과 마찬가지다. 가정을 위해 살아가는. 촬영 스케줄로 인해 아들의 얼굴을 이틀에 한번 보기도 한다. 힘이 들다가도 아들의 모습을 보면 힘이 저절로 솟아난다. 내 청량제다."
배우 최철호 ⓒ임성균 기자 tjdrbs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