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잃은 '오빠밴드', 음악보다 예능을 키워라

김겨울 기자  |  2009.08.05 09:00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가 5% 내외(TNS미디어코리아 기준)의 부진한 시청률로 고전하는 가운데 '오빠 밴드'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대망', '퀴즈프린스',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 등 여러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은 가운데 오랜만에 '오빠밴드'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반갑다. 23일부터는 아예 '일밤'의 인기 프로였던 '우리결혼했어요'를 밀어내고 '일밤'의 대표 코너로 편성됐다.

사실 '오빠밴드'는 주간 시청률 1,2위를 다투는 SBS '일요일이 좋다'와 KBS '해피선데이'에 비해 시청률 면에서 눈에 띄진 않는다. 하지만 재방송과 다운로드 등 타 채널의 시청률이 높은 편이며 인터넷 반응도 뜨겁다.


그런 '오빠밴드'가 부흥을 위해 쇼 케이스를 마련했다. 교복을 입고 자판기에서 등장한 멤버들은 '오빠밴드'의 수장인 유영석의 신호에 맞춰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연주했다.

3일 오후 5시30분 경기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공연은 사방이 유리로 만들어진 곳에서 쩌렁쩌렁 울림을 만들었다. 매니저 김구라의 멤버들 소개가 이어지고, 추억의 팝송 폴 앵카의 '다이아나'를 개사한 '다이하나' 공연이 이어졌다. 개사한 내용은 대부분 멤버들에 대한 내용.


'댄스하면 성민, 밴드하면 다이하나. 무명소년 김정모, 뜰듯 말듯 다이하나. 웃음잃은 신동엽, 연주하다 다이하나. 오~~빠밴드.. 다이하나. 다이하나~'

이어진 무대는 '한 동안 뜸했었지'. 갑자기 '오빠밴드'의 멤버들은 교복을 벗어던지고 좀 더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나고 멤버들의 포지션도 바꿨다. 타악기를 맡았던 홍경민이 드럼으로, 드럼 치던 김정모가 퍼스트 기타로, 보컬 탁재훈이 타악기로 공연을 펼쳤다. 특히 탁재훈의 호루라기 퍼포먼스는 그가 오랫동안 '컨츄리 꼬꼬' 등으로 콘서트 무대에 섰던 가수임을 증명했다 .

김구라는 "각자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직장인 밴드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저희 프로가 파일럿으로 기획되면서 스태프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하면 할수록 전국을 누비면서 음악이란 열정 아래 '오빠밴드'로 뭉쳤다"고 소개했다.

웃음을 잃은 베이스 기타 신동엽 웃음을 잃은 베이스 기타 신동엽



하지만 '오빠밴드' 멤버들의 공연에 흥이 나지 않는 것은 왜 일까. 홍경민과 탁재훈을 제외하고는 다들 웃음도 없고 긴장감만 팽배했다. 대중들 앞에 서면 누구나 긴장을 하기 마련이지만 영화 '즐거운 인생'처럼 태어난 이들은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싶은 것보다 수준 높은 공연에만 욕심이 있는 것 같아 안쓰럽다.

'열심'히 하는 연주이긴 했으나 '큰' 무대에 서기는 버거워 보이는데, '오빠밴드'가 직장인 밴드로 태어났다면 그 수준에 맞는 '가족 콘서트'나 '병원 환자들 대상 콘서트'가 더 취지에 맞을 법한데, 왜 구태여 '슈퍼주니어 콘서트'나 '김건모 콘서트'에 출연하고 기자들을 불러 쇼케이스를 열까.

"저희가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예능을 하는데 음악을 하고 있어요. 어디다 무게를 둬야할지 저희들 모두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어요. 음악과 예능 사이에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직업이 다 다른 사람들이 뭉쳤지만 그나마 음악이 각자 직업을 가지고 하기에 유리한 것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탁재훈)

"'오빠밴드'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음악적인 면에서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실력이 출중했다면 자연스럽게 했을 텐데 한두 달 지나면서 베이스 실력이 예전보다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답답하고 전전긍긍하는 저의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요."(신동엽)

'오빠밴드'의 태생은 이렇다. 이들은 '대망'을 하고 '퀴즈프린스'를 하다가 궁여지책에 몰려 이 코너를 만들었고 얼떨결에 밴드를 구성했다. 유마에를 앉히고 '천재' 김정모를 영입하고 '아이돌' 성민을 데려왔지만 기존 멤버였던 김구라, 신동엽, 탁재훈이 음악을 연주하기란 버거운 게 사실. 그래서 이들은 '직장인 밴드'라고 외치지만 이들은 '직장인 밴드'가 아닌 '직장 밴드'라는 현실이 앞에 놓인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오빠밴드'가 실력이 안되도 '슈퍼주니어 콘서트'나 '김건모 콘서트', 앞으로 '대학가요제'에 올라야 하는 이유 말이다. '직장 밴드'이기 때문에 이슈를 만들어야 하고 그럴 만한 실력을 갖춰야 하기에 이들은 연습에 몰두하고, 진지함은 생겼으나 웃음을 잃었다. 하지만 '일밤'은 예능 프로그램이지 가요 프로그램이 아니다. 본질을 잊지 않는 것만이 '오빠밴드'의 숙제가 아닐까.

다행하게도 이들이 기자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마지막 공연인 '기자송-알고싶나요'를 듣고 '오빠밴드'에 대한 가능성을 믿게 됐다.

'친해지고 싶었죠. 밥도 먹고 싶었죠. 손담비와 누구와 사귀는지 알고 싶나요. 김태희가 누구를 찼는지 알고 싶나요. 우린 알고 있는데~'란 곡은 가사와 퍼포먼스 자체가 그냥 웃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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