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전설의 고향'의 '혈귀'편 <사진=화면캡처>
'2009 전설의 고향'이 10일 '혈귀'편을 시작으로 '한국적 공포'의 서막을 열었다.
'전설의 고향'은 지난 1977년 10월 '마니산 효녀'편을 시작으로 1977년~1989년, 1996년~1999년 방송되며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공포와 함께 잔잔한 감동을 안긴 바 있다. 지난 2007년 부활했다.
'혈귀'편의 기획 의도는 일단 좋아 보였다. 뜻하지 않게 흡혈귀가 된 현(김지석 분)은 인간으로 돌아가려면 처녀 9명의 피를 먹어야 한다. 마지막 한 명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소박맞은 연(이영은 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망설이지만 연은 죽으면서 현에게 자신의 피를 빨라며 목을 내준다. 현은 인간이 되지만 연을 안은 채 낭떠러지에서 몸을 던진다.
줄거리 상으로는 분명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었지만 10일 화면으로 '혈귀'를 접한 시청자들을 실망과 함께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게다가 줄기차게 등장하는 정사 장면이라니.
일단 예년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CG처리가 상당히 엉성해 보였다. 현이 보름달을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장면이나, 연을 안고 이동하는 장면 등에서 보여준 CG는 굳이 영화 '해운대'의 할리우드 급 CG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높아진 시청자의 눈높이를 충복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제작진은 보다 진화된 '전설의 고향'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굳이 없어도 될 장면에 CG를 남발, 시청자의 비판을 자초한 격이 됐다.
반복되는 정사 장면도 제작진의 의도를 궁금하게 했다. 역적 집안의 딸이라고 해서 결혼 첫날밤부터 아내를 버린 남편의 외도 장면을 통해 연에 대한 연민과 남편에 대한 분노를 시청자에게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였겠지만 구체적인 성행위를 가늠케 하는 장면과 민망한 신음소리는 과해 보였다. 과연 가족끼리 '전설의 고향'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
무엇보다 '전설의 고향' 혈귀편이 보여준 아쉬움은 공포의 부재다. '전설의 고향'하면 떠오르는 '내 다리 내 놔'나 '우물 속 귀신'같은 오싹한 공포가 적어도 '혈귀'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방송 시작 전 타이틀 속에 무수히 지나가는 귀신들에 잔뜩 기대했던 시청자들로서는 국적불명의 복장을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혈귀에게 '전설의 고향'이 아닌 '전설의 판타지'를 느꼈다고 해도 무방할 터다.
'전설의 고향'은 납량특집이라는 기획성과 소재의 특성상 분명 모든 시청자의 공감을 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혈귀'를 통해 본 '2009 전설의 고향'이 마니아를 이끌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이제 9부 남았다. '한국적 공포'에 충실한 진정한 '전설의 고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