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시청자를 '엣지있게' 사로잡은 단 하나 이유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2009.08.12 16:18


‘엣지(edge)’의 사전적 뜻은? 모서리, 각진 부분, 날카로움.

음... 이런 의미에서 유사하게 파생되어 ‘개성있다, 독특하다’ 등의 느낌으로 사용된다. 그래서, 주로 이 단어를 접할 수 있었던 곳은 주로 패션잡지였다. 거기서 패션 상품들을 평가할 때, 패션녀들을 지칭할 때 주로 ‘엣지있다’ ‘엣지녀’란 표현들을 사용하니까. 어쩌면 패션 잡지를 별로 보지 않는 남자들이나 연세 드신 분들에겐 좀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말이 유행어가 됐다. 이유는 바로 드라마 ‘스타일’ 때문. 여기서 패션 잡지 기자로 나오는 김혜수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바로 ‘엣지있게’니까.


‘스타일’은 전국 방방곡곡, 남녀노소 모든 시청층을 아우르며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갔던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후속이다. ‘찬란한 유산’의 마지막 방송 날, 다음 주말엔 더 이상 찬,유를 볼 수 없다는 허전함과 헛헛함이 물밀 듯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 다음에 붙은 ‘스타일’의 화려한 예고를 보면서 ‘그래 결심했어. 저걸로 찬,유의 허전함을 달래야지’ 굳게 마음먹었고, 다음 주 ‘스타일’의 화려한 개막을 지켜봤다. 기대반, 설렘반으로.

그런데, 어쩌나...? 시청하면 할수록 더욱 더 허전해지는 그 느낌은 뭘까? 한마디로 ‘애매모호함’이었다. 완전히 현실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꽃보다 남자’처럼 완전히 만화 같지도 않은... 그 중간께의 애매함이었다. 패션에디터들은 분명히 현실에 존재하는 직업군인데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치열한 직업현장에서 프로패셔널하게 일하는 모습보단 이상한 말싸움에, 이상한 기싸움에, 게다가 일을 망치면서까지 바람 난 애인을 쫓아가는 장면까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앞뒤 설명없이 무턱대고 ‘너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바람 폈어’라는 애인의 말도, 잡지사 인터뷰는 절대 안하겠다면서 고래심줄마냥 질기게 고집(?)피웠던 요리전문가 마음이 양파 몇 개, 파 몇 단 다듬는 패션에디터 모습을 보고 바로 인터뷰해주는 것도... 모두 다 감정이입은커녕 이해도 되지 않았다. 이게 어디 나 혼자만의 감정이었을까? 솔직히 여러분들 중에도 꽤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은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들을 수 있었다. ‘스타일’을 시청한 몇 몇 선후배 작가들의 평가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들 모두 냉정한 비평을 끝내고 바로 하는 얘기 역시 공통적이었다. ‘그래도 스타일을 보고 있는 이유는 김혜수의 패션너블한 의상 때문이야’라는.


그렇다. 동의한다. 나 역시 ‘스타일’이 방송되는 4회 동안 드라마 전개가 궁금해서라기보단 ‘오늘은 어떤 화려한 의상들이 나올까? 어떤 구두에, 어떤 악세사리가 보여질까?’하는 기대감 때문이었으니까. 파티에서나 입을 수 있을 듯한 각종 드레스 세트들에, 한쪽 어깨 훌러덩 벌러덩 드러난 블라우스에, 아방가르드한 바지에, 머리에 재떨이 뒤집어올린 듯한 미니 모자에, 어깨까지 닿을 듯한 커다란 귀걸이에, 열손가락 사이사이에서 쉴새없이 번쩍이는 반지들에, 신으면 죽을 듯이 힘들다는 킬힐에... 화면 가득 채운 김혜수의 스타일리쉬한 의상들이 잠시도 쉴 틈을 안 주니 말이다. 그녀가 입만 열면 말하는 ‘엣지있는’ 온갖 아이템들이 살아있는 패션잡지처럼 쏟아져나오고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직장 여성들이 어떤가? 그런 옷을 절대 마음 놓고 입을 수 없다. 그렇담 가정 주부들은? 당연히 못 입는다. 이런 현실의 대부분 여자들에게 ‘스타일’은 눈으로 대리만족을 주고 있다.

국내 유명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 팀장 역시 ‘스타일’을 보고 비현실적이란 평가를 했다. ‘볼거리는 많더라구. 뭐, 김혜수 의상이나 악세사리들 중에 핫한 아이템들도 있고, 이미 너무 유행하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센스는 좋아. 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이지. 보통 여자들이 어떻게 그런 옷을 입어? 그런 구두 신고 두 시간 일하다가 아마 쓰러질걸? 하지만, 참고할 수 있는 패션 센스는 컬러매치인 거 같아. 블랙 앤 화이트, 이런 뻔한 매칭이 아니라, 김혜수가 입었던 파란색 블라우스랑 초록색 치마처럼 컬러풀한 상의와 하의를 매칭시키는 거지. 단 하나 톤은 약간 어두워야하며 둘이 비슷한 걸로. 그건 보통 여자들도 연구해서 따라해볼 순 있을 것 같아.’

그렇다. 패셔너블한 여자들이건, 패셔너블하지 않은 여자들이건 ‘스타일’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는 ‘김혜수 스타일 때문에 시청한다는 것’이다. 시청자를 ‘엣지있게’ 사로잡을 수 있는 포인트가 단 하나라도 있다면 성공한 드라마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 음... 글쎄... 드라마 ‘스타일’은 이런 면에선 성공한 걸까? (나중엔 어떤 전개가 될지 모르지만, 일단은~) 아예 만화처럼 꿈같고, 동화같은 이야기에 잠깐 동안 즐거워할 수 있는 환상도 없고, 드라마 속 인물들에게 깊이 동화되는 감정이입도 없지만, ‘엣지있는 김혜수 스타일’엔 충분히 넋놓고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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