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DJ성대모사' 엄용수 애통한 심경(인터뷰)

남형석 기자  |  2009.08.20 10:24


1983년부터 DJ 성대모사를 해온 코미디언 엄용수(56). 최병서, 심현섭, 배칠수 등으로 이어지는 DJ 성대모사의 원조격이다.


그는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남다른 인연 때문에 “슬프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힘들 정도로 슬프다”고 심경을 전했다.

엄용수는 87년 통일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김 전 대통령과 처음 만났다. 전당대회 사전행사 진행자로 나선 그를 김 전 대통령이 눈여겨본 것. 이후 김 전 대통령은 각종 행사의 진행을 대부분 그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는 “아들뻘 되는 날 ‘엄동지’라고 불러주시고 내 첫 결혼식 때 친필로 붓글씨를 선물할 정도로 날 아껴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에 선거든, 가족 행사든 김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일이면 무조건 달려가 사회를 봤다”고 말했다.

그가 방송에서 김 전 대통령 성대모사를 시작한 것은 88년 이후의 일이다. 그는 “83년부터 각종 모임에서 (김 전 대통령의)성대모사를 했지만 당시는 군부독재 시절이라 방송에서 그 분 성대모사를 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고 소회했다.


“김 전 대통령과 가까워진 이후 그 분의 행동과 말투 등을 더 가까이서 보게 되면서 성대모사가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며 “김 전 대통령도 내가 성대모사하는 걸 즐기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통령이 된 이후 TV를 통해 ‘국민과의 대화’를 하셨을 때는 ‘엄용수 목소리가 나보다 더 내 목소리 같다’고 칭찬해주시기도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병상에 누워있을 당시 “내가 코미디협회 회장이니 코미디언들을 모아 한 번 병문안을 가라는 주변의 권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너무 나서는 것 같아 삼가자고 판단했다”며 “마지막 순간에 뵙지 못한 게 못내 후회가 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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