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천만, 한국영화 위기탈출 신호탄 쐈다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09.08.23 07:11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가 마침내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2006년 '괴물' 이래 3년만에 등장한 천만영화다. '해운대'가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하다는 천만영화에 등극한 것을 놓고 이래저래 분석이 한창이다.


대개가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해운대라는 장소에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설정, 그리고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이야기, 웃음과 감동이 천만영화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해운대'의 천만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한국영화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해운대'는 한국영화 산업이 한창 위기에 빠져 있을 때 기획되고 투자됐다. 누구도 위험 부담을 안지 않으려 할 때 100억원이 넘는 돈이 투자됐다.


이 과정에서 투자사 CJ엔터테인먼트 담당자는 자신의 거취를 걸고 투자를 밀어 붙었다. 윤제균 감독 스스로 "쌈마이 코미디 감독을 믿어줘 감사할 뿐"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해운대' 천만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명제를 입증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뒤따랐다. '해운대'는 제작 초기 한 번 엎어질 뻔했다. 겨울로 촬영 일정이 넘어가게 되면 제작비가 오버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촬영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윤제균 감독은 스태프들을 해산시켰다. 다행히 샌프란시스코 촬영세트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촬영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일주일 만에 촬영을 재개할 수 있었다.


윤제균 감독은 "영화 시작한 지 10년만에 처음으로 내 새끼들을 해산시켰다. 그날 미친 듯이 소주를 마셨다"고 떠올렸다. 가뜩이나 영화산업이 어려운데 '해운대'만을 기다리며 1년 넘게 제대로 돈도 받지 못하고 준비했던 스태프들이었다. 바로 이런 영화인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해운대' 천만은 가능했다.

배우들 역시 헌신에 동참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참가했지만 그 흔한 러닝개런티를 건 사람들은 없었다. 박중훈 엄정화 등 톱배우들이 자신이 주연이 아닌데도 흔쾌히 동참했다.

한국영화산업 위기는 시스템의 정비로 극복해야 하지만 결국 영화인들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해운대'는 입증했다.


'해운대'의 천만은 '괴물'의 천만과는 다르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괴물'은 한국영화산업이 거품이 절정일 때 탄생했다. 이후 한국영화산업은 '괴물'을 정점으로 침체일로를 걸었다.'해운대' 천만은 올해 한국영화들의 긍정적인 신호와 맞물려 있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 봉준호 감독의 '마더', 홍상수 감독의 '잘알지도 못하면서' 등 작가감독들의 영화가 관객에 신뢰를 줬다. '박쥐'는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이라는 낭보를 전해줬다. '워낭소리' '똥파리' 등은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입증했으며, 영화계 숙원사업인 극장요금 인상도 이뤄졌다.

합법 다운로드 시장도 조금씩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뤄진 '해운대'의 천만은 한국영화에 청신호로 자리 잡는다.

물론 영화 한 편이 성공했다고 한국영화산업이 당장 부활할 수는 없다. 아직 터널의 끝에 다다른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해운대'는 또 한 번 한국영화의 저력을 입증했다. '해운대' 천만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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