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억의 재난'이 '1000만의 축복'으로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2009.08.23 07:11


영화 '해운대'(감독 윤제균·제작 JK픽쳐스)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 한국 최초의 재난 블록버스터는 33일 만인 23일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며 5번째 '1000만 클럽'에 가입했다. 3년만의 1000만 영화 탄생과 '해운대'를 필두로 한 극장가의 활력에 영화계는 뜰썩이고 있다.


그러나 '해운대'가 1000만의 영광을 맛보기까지,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기보다는 순예산 130억 원의 재앙을 염려하는 시선이 더 많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무모하다고, 위험하다고 우려했던 도전은 1000만 관객 돌파라는 화려하고도 알찬 결실로 드러났다.

윤제균 감독이 여름이면 100만 인파가 몰리는 해운대에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은 2004년 동남아시아 쓰나미 뉴스를 접한 뒤였다. 5년이 지나서야 우여곡절 끝에 당시의 아이디어가 스크린에 펼쳐진 셈이다.


제작도 쉽지 않았지만, 개봉 전의 온갖 추측은 '해운대' 관계자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시사회 직전까지 '해운대'에 대한 악소문은 계속됐다. 'CG가 엉망이라더라', '겁나서 시사회 날짜를 늦췄다' 등등. '재난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재난'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100억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가 실패하면 충무로 자금이 다 얼어붙는다는 뜻에서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홍보를 맡고 있는 이창현 과장은 "모든 게 한국에서 어떻게 재난 영화가 가능하겠느냐는 불신 탓이었던 것 같다"며 "당시엔 '일단 영화를 보고 이야기합시다'라고 이야기해도 늘 물음표가 따라다녔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모든 초점이 CG에 맞춰져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러나 CG 작업의 특성상 일단 완성된 부분을 미리 공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기자시사회 이후 급반전됐다. CG로 물을 구현하는 것은 할리우드에서도 가장 까다롭게 친다는 작업이지만, CG의 완성도는 웬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았다.

영화의 진짜 매력은 CG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 특히 윤제균식 맛깔나는 코미디와 영화 곳곳에 듬뿍 담긴 부산의 정서가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었다. 화려한 볼거리에 강한 드라마가 결합되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났다. 의심과 우려 속에 영화를 본 이들은 앞다퉈 '기대 이상'이라고 호평했다. 높은 기대를 갖고 있던 이들도 만족해했다. 초반의 악재가 호재로 바뀐 셈이다.

영화 관계자들 역시 '해운대'의 빅히트를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형 히트작이 올 상반기 한국영화 위기설을 딛고 다시 성장의 발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 주 뒤에 개봉한 '국가대표'(감독 김용화·제작 KM컬쳐)의 선전도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돈이 많이 든 영화가 영화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영화가 망하면 누가 영화계에 뛰어들겠냐"고 "처음부터 '해운대'가 잘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최근 '해운대' 호프 파티에서 만난 윤제균 감독은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좋겠다는 게 간절한 바람이었다"며 "1000만 관객을 꼭 돌파했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은 바 있다. 그의 바람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 '해운대'는 1000만을 넘어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악재와 역경을 딛고 선 '해운대'의 축복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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