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핀 꽃' 배우 장진영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37세.
지난해 갑작스러운 위암 발병 이후 치료에 전념해 왔던 고인은 주위 사람들의 간곡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1일 오후 4시 3분 서울 성모병원에서 37세를 일기로 끝내 숨을 거뒀다. 2008년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암 진단을 받은 지 약 1년만이다.
서울강남성모병원 염창환 교수는 이날 공식기자회견을 통해 "고인이 입원할 때부터 상황이 안좋은 상태였다"면서 "오늘 오전 잠시 의식을 회복했다가 낮12시부터 상태가 악화됐다"고 밝혔다. 염 교수는 이어 "마지막 순간에 보호자와 인사를 나누는 순간을 가졌다"면서 "임종 순간 누구보다 의연하게 가족과 인사를 했고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 마련된다.
장진영은 암 판정을 받은 뒤에도 삶과 사랑,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와 지켜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한창 작품에 출연하며 원숙한 연기력을 뽐내야 할 나이에 찾아온 병마와 그녀의 때 이른 죽음에 애도의 물결도 줄을 잇고 있다.
1972년 5월 16일 생인 장진영은 1992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미스 충남 진으로 데뷔했고, 모델로 활동하다 1997년 KBS 2TV 미니시리즈 '내 안의 천사'로 연기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활동하던 그녀는 1999년 영화 '자귀모'(1999)로 영화계에 첫 발을 디뎠고, 줄곧 스크린의 여신으로 활약했다.
'반칙왕'(2000), '싸이렌'(2000) 이후 '소름'(2001)으로 지독한 운명의 여인을 연기했던 그녀는 2001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오버 더 레인보우'(2002), '국화꽃 향기'(2003), '싱글즈'(2003), '청연'(2005),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06)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정상급 여배우로 성장했다. 상복도 잇따라 2003년 '싱글즈'로 다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2006년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대한민국영화대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러나 오랜만에 출연한 드라마 복귀작 '로비스트'(2007)는 결국 그녀의 유작이 됐다. 휴식기를 갖던 2008년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던 그녀는 청천병력 같은 암 선고를 받았고, 이후 활동을 중단하고 치료를 받아 왔다. 최근까지는 해외에 머물며 요양 치료를 받았고, 지난달께 귀국했다.
그 사이 그녀는 10월 소속사 예당엔터테인먼트와 2년 재계약을 맺을 만큼 연기 복귀의 의지를 다졌다. 고된 투병 중에도 연상의 사업가 김모씨와 약 1년째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는 영화와도 같은 러브스토리를 공개해 더욱 큰 응원을 받았다.
"평범한 남자와 여자의 예쁜 사랑으로 지켜봐 주시며, 아름다운 사랑 이어나갈 수 있도록 행복을 빌어주시길 부탁드린다"던 고백은 그녀가 세상 사람들을 향해 남긴 마지막 말이 됐다. 그녀의 짧은 생은 출연했던 영화 '국화꽃 향기'와 너무 닮아 더욱 애통하다. 서른일곱, 못다 핀 꽃이 지고 말았다.
빈소는 서울 풍납동 아산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