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신(新) 트로이카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한때 여배우 기근에 시달렸던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여배우들이 절차탁마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하지원과 수애, 그리고 손예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세 명은 굵직한 영화들의 주인공을 도맡으면서 현재 충무로에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추석에는 트로이카의 두 축인 하지원과 수애가 전면 대결을 펼쳐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원이 주연을 맡은 '내사랑 내곁에'(감독 박진표, 제작 영화사집)와 수애가 명성황후를 맡은 '불꽃처럼 나비처럼'(감독 김용균, 제작 싸이더스FNH)이 오는 24일 나란히 개봉한다.
'해운대' 흥행으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오른 하지원은 '내사랑 내곁에'에선 순애보 연기를 선보인다. '해운대'에서 부산 사투리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며 억척스런 모습이었던 것과는 180도 변신을 꾀한다.
하지원은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김명민)를 끝까지 곁에서 지켜주는 역을 잘 소화해냈다는 후문이다. 하지원은 '발리에서 생긴 일' '황진이' 등 안방극장에선 연기력을 익히 인정받았지만 영화에선 코미디 연기를 주로 선보여 충분한 재능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다. 때문에 이번 영화에 거는 각오가 남다르다.
'내사랑 내곁에' 제작사 영화사집의 이유진 대표는 "하지원은 조화를 이룰 줄 아는 배우"라며 "상대를 빛나게 하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애에 대한 기대도 만만치 않다. 수애는 현재 또래 중 여배우 원톱으로 영화를 이끌어본 거의 유일한 배우다. '님은 먼곳에'는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수애는 오딧세이 같은 이 작품을 훌륭히 이끌었다.
수애는 이번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도 사실상 원톱 역할을 맡았다. 명성황후와 호위무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만큼 명성황후로서 수애의 역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현재 수애는 입대한 조승우 몫까지 함께 맡아 영화 알리기에 전념하고 있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제작사 싸이더스FNH 김미희 제작본부 대표는 "수애는 배역에 깊이를 더하는 배우"라면서 "외모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위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몇 안되는 연기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 트로이카의 또 다른 축인 손예진은 오는 11월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난다. 박신우 감독의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에서 주인공을 맡은 손예진은 이 영화에서 또 한 번 변신을 꾀한다.
손예진은 '백야행'에서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면서도 결국 자신만은 살아남는 팜므파탈을 연기한다. 전작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다른 남자와 또 결혼한다고 해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여자를 연기했던 것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선보이는 것.
'백야행' 제작사 폴룩스 안은미 대표는 "손예진은 배역에 완전히 동화돼 철저하게 몰입하는 배우"라면서 "그녀가 매 작품마다 팔색조처럼 변신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원과 수애, 손예진은 서로 색깔과 개성이 명확히 다른 배우들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작품에서 세 명의 배우를 지켜보기란 사뭇 즐거운 일이다. 연말 시상식에 여우주연상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과연 신 트로이카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영화팬들에겐 즐거운 관심사 중 하나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