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손을 잡아주는 부드러운 손길, 달콤한 미소, 온화한 표정. MBC 일일극 '밥 줘'(극본 서영명·연출 이대영)의 조연우는 말 그대로 '아줌마의 로망'이다. 그가 맡은 준희는 남편의 불륜으로 상처받은 여주인공 영란(하희라 분)에게 다가와 든든한 기댈 곳이 된다. 덕분에 '너무 멋있다'는 아줌마 시청자들의 성원과 '영란이한테 잘 해달라'는 당부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조연우는 솔직하고 또한 겸손했다. 쏟아지는 칭찬에 기분좋다 했지만 조연우의 말에선 늘 아쉬움이 묻어났다. 스스로에 대한 짜디짠 평가 뒤엔 채찍질도 이어졌다. 더욱이 다른 배우를 보며 좌절감을 느꼈다는 말은 배우로서 쉽게 하기 어려운 법인데, 그는 거리낌이 없었다. "완벽하고 싶은데 반도 못 따라가 죽겠다"는 그의 고백. 달콤한 미소로 감춰뒀던 조연우의 숨은 뜨거운 마음이 드러났다.
-일단 '밥 줘' 결말이 궁금하다. 어떻게 되는 건가.
▲다들 궁금해 하시는데, 결말은 전혀 모른다. 작가님도 모른다고 했다. 아무도 모른다.(웃음)
-준희는 정말 '아줌마들의 로망'이다. 어쩌면 그렇게 부드럽고 온화한지. 게다가 대범하기까지 하다.
▲처음에는 조금 편하게 생각했나보다. 뻔한 캐릭터가 되는 것 같아 더욱 신경쓰고 있다. 너무 영란이만 위하고 부드럽게 하다보니까 스스로는 조금 아쉽다. 마냥 부드럽게만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다.
-그건 조연우라는 배우 본연에서 묻어나는 느낌이기도 하다.
▲인상이 일단 부드럽게 생겨서 그런가? 똑같은 말을 해도 더 부드러워 보인다. 내 성격도 묻어있다. 부드럽고 좀 긍정적인 데가 있다. 하지만 느긋한 건 아니다. 속으로는 열불이 나는데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다고 할까. 촬영 때는 누구 못지않게 예민하고, 컨디션도 왔다갔다 한다. 준비가 잘 안 된 날은 정말 죽겠다.
탤런트 조연우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혹시 완벽주의자?
▲완벽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죽겠는 거다. 나는 완벽하고 싶은데 그걸 반도 못 해내는 사람이다. 마음에 안찬다. 그래서 신세한탄도 한다.(웃음)
-정말 연기 잘한다고 생각하는 배우가 있다면?
▲한두 분이겠나. 그 중에서도 제가 정말 좌절감을 느낀 건 유오성씨였다. 주로 저는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는데, '투명인간 최장수' 때 유오성씨와 몇 번 함께 촬영을 했다. 연기력이나 아우라, 카리스마 그 모든 것들이 심장이 멎을 정도였다. 단독신 촬영하는 걸 보다가 빨려 들어갈 정도였는데, 구경하던 주민 분들도 박수를 치더라. 김명민씨 같은 분들을 보면 다른 세계에 사는 분 같다. 좌절이다.
-같은 배우로서 허탈하기도 하겠다.
▲허탈하긴 하다. 그러나 그런 거 보고 나면 더 욕심도 나고 의욕도 생긴다. 그렇다고 서두르면 걸려 넘어진다. 누군가 그러더라 '천재를 따라잡으려고 기 쓰지 말라'고. 내 페이스를 가지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천재들이 방황할 때 그분들 가까이 가게 될 거라고는 하는데…. 힘들다. 역시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구나 싶다.
-짜디짠 본인의 평가와 달리 아줌마팬의 반응은 대단하다.
▲흐뭇하고 감사하다. 사랑받으니 힘도 나고, 사인도 다 해드린다.(웃음) 특히 어머님들이 '저런 남자 만나야 된다'고 좋아하신다더라. 그게 더 기분좋다. 드라마 안에서도 그런 믿음직한 남자로 보이는 게 목표였으니까. 좀 더 강하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막장드라마라는 평도 있는데.
▲막장이라며 그런 면이 부각돼 서운하기도 하다. 어차피 인생 사는 모습은 제각각 아닌가.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내가 영란이라고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 않겠나. 애틋하게 봐 달라.
-조연우가 바라는 '밥 줘!'의 엔딩은?
▲내 입장에서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제가 영란과 잘 되길 바란다. 그런데 결말을 아무도 모른다는 게 문제다. 요새 선우(김성민 분, 불륜을 저지른 영란의 남편)한테 동정표가 몰리고 있다. 위기감이 느껴진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