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사진=플럭서스 뮤직
그가 달라졌다. '마지막 사랑', '블루스카이' 등 그간 다양한 자신의 음악으로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를 고수해오던 가수 박기영. 그가 이번에는 '이별 3부작'의 주인공, 작곡가 방시혁과 만나 '녹화된 테잎을 감듯이'라는 트렌디한 발라드를 발표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방시혁에게 녹음하면서 오케이 사인을 비교적 빨리 받았다"고 자랑한 박기영에게 얼마나 녹음했냐고 물었더니 "하루 10시간씩 이틀 동안 총 20시간을 녹음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긴 녹음 시간에 지칠 만도 했지만 "노래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그 느낌이 전달된다"고 믿는 박기영에게 20시간의 녹음 작업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자신의 음악을 스스로 작업하던 사람이 다른 이에게 곡을 받아 노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박기영이 방시혁과 손을 잡은 이유는 뭘까. 이는 달라지는 가요계의 환경에 발맞추고자 한 박기영의 뜻이 컸다.
"음악이라는 게 그들만의 리그가 되면 안 돼요. 마니아가 형성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팬층, 저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저를 알릴 수 있는 일도 중요하죠. 특히 저의 경우에는 제 이미지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기존 팬들도 납득할 수 있을만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유행하는 트렌드를 습득하고 그걸 제가 가진 음악과 접목시켜서 제가 발전해야 하는 것, 그게 가수가 가진 의무인 것 같아요."
박기영 ⓒ사진=플럭서스 뮤직
이런 방시혁과의 작업은 박기영에게 좀 더 넓어진 음악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올해 말 발매 예정인 자신의 새 정규 음반에는 스스로 작업한 곡 외에도 같은 소속사 가수인 클래지콰이의 DJ클래지와 w&whale의 한재원, 김상훈, 이바디의 임거정 등과 함께 만든 곡을 수록할 예정이다.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는 결국 표현하는 사람은 가수라는 점에서 작곡가보다 가수가 더 유리한 위치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 위치를 충분히 활용하려고요. 제 가창력이 아깝잖아요. 작곡가 입장에서 '녹화된 테잎을 감듯이'의 제 모습은 새로운 발견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싱글을 발표하지 않았다면 제 정규 음반을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작업할 거라고 생각 못 했을 거에요. 그런 점에서 시혁 오빠에게 고맙죠."
지난해까지 10년이란 시간을 쉼표 없이 내달렸던 박기영. 어느덧 훌쩍 10년이란 세월을 노래와 함께 지낸 그가 되새겨본 지난 10년은 어떨까.
"지난해까지 일을 너무 많이 했던 것 같아요. 2008년이 된 뒤 데뷔 10주년을 맞이하는 이 해에 10년을 기념하는 음반을 할까 안식년을 가질까 고민했죠. 하지만 저는 생계형 가수니까 쉴 수가 없었어요.(웃음) 그래서 대신 음반과 책을 만들었죠. 공연도 많이 했고. 그러고 나니까 올해를 맞이한 뒤에 아프더라고요. 한 세 달 정도 아팠던 것 같아요."
"나에게 있어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노래"라고 이번 싱글에 대해 설명한 박기영은 이 노래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감을 얻었음을 내비췄다. 자신의 음악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는 박기영은 스스로를 "대중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끊임없이 사랑받아온 스스로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