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일 "마니아 팬 없어도 난 배우이고 싶다"(인터뷰)

김명은 기자  |  2009.09.22 16:43
ⓒ사진=임성균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원로 배우 신성일이 배우로서의 존재감 찾기 위해 오랜만에 브라운관 나들이에 나선다. 1994년 KBS 주말드라마 '딸부잣집' 이후 16년 만이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제작되는 드라마 '동방의 빛'에서 이토 히로부미 역을 맡은 그는 흰 수염을 기른 채 노년의 멋스러움을 한껏 뽐냈다.

22일 드라마 '동방의 빛' 촬영 지원에 나선 중국 하얼빈 시정부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앞서 그를 만나 브라운관 복귀를 앞둔 소감을 들어봤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있는 이참 씨가 마지막으로 출연한 '딸부잣집'에서 사위로 출연했었어요. 그 분의 이력서에 대표작으로 '딸부잣집'이 기재돼 있다고 하더라구요.(웃음) 감회가 새롭죠."

그는 이번 작품과 관련해 "처음 제작사에서 출연 제의를 받고 나는 선뜻 응할 생각을 했었다"며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아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위의 반응은 반반이었다고. 그는 "아무래도 이토 히로부미 캐릭터가 주는 부담감 때문일 것"이라며 "일제강점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인물로 섬뜩함이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동방의 빛'과 관련해 내 이름이 먼저 기사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니까 '드라마를 살리기 위해서는 형님 아니면 안 된다'는 반응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젊은 시절엔 젊은이의 역할을, 노년에 들어서는 그 나이 맞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에 그는 감사함을 드러냈다.


"배우가 자기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만나 연기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에요. 패기 넘치는 젊은 배우들 가운데 연극 무대를 거치면서 노인 연기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 난 20대 때는 철저히 20대 역할만을 해왔잖아요."

하지만 한국의 영화 현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할리우드에는 연령에 따라 마니아 팬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해요. 나의 마니아 팬은 이미 끊어졌다고 봐야죠. 1960~70년대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 영화에서 드라마로 옮겨지면서 영화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쉬워요.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계속해서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는 외주 제작사의 대표로 있는 아들 강석현의 영향으로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에 빠진 듯 했다.

강석현은 지난 4월 종영한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의 제작사 지피워크샵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드라마는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갖는 다양한 메커니즘이 있다. 영화를 하다 드라마를 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아들에게 힘들더라도 익숙해질 때까지 당분간을 드라마만 제작해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드라마의 경우 100% 외주에서 제작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구조조정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경상북도 영천에서 땅을 매입해 집을 짓고 살고 있다는 그는 "집 건너 편 땅에 영화박물관을 건립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일만은 꼭 이루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달부터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일환으로 나의 기록 영화를 한 편 찍는다. 이미 '신성일 기록 필름' 제작 후원회가 조직돼 있다"며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주최 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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