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내 곁에' '애자'(오른쪽) <사진출처=영화포스터>
"경제 불황에는 슬픈 멜로가 흥행한다?"
24일 영회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애자'는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블록버스터 경쟁 작품이 없지만 이 같은 흥행은 주목할 만하다.
멜로 영화와 경제 불황과의 상관관계는 IMF 구제금융을 받은 1997년의 박스오피스와 비교하면 명확히 알 수 있다.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KMDB)에 따르면 1997년 최고 흥행작품은 박신양 최진실 주연의 '편지'다. 당시 단일관에서 개봉해 총 7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위인 전도연 한석규 주연의 '전속'도 62만명을 모았다.
지금의 멀티플렉스 관객 수와 비교했을 때는 큰 차이가 있지만 당시 단일관 개봉 관객 수로 큰 이슈가 됐었다. 슬픈 멜로의 흥행은 1998년에도 이어졌다. 전도연 박신양 주연의 '약속'이 70만명을 동원 흥행 1위에 올랐고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 등의 작품이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슬픈 멜로영화와 경제 불황의 관계는 300만 관객을 동원한 '너는 내 운명'을 탄생시켰다. 2005년 '너는 내운명'은 에이즈 환자와의 사랑을 소재로 3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슬픈 멜로 영화는 젊은 관객층만이 볼 것이란 편견을 보기 좋게 깨줬다.
2005년은 경제 불황이 고개를 들던 시기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는 경기 위축과 실업률 상승을 촉진시켰다. 당시 대졸취업률은 56%에 머물렀다.
이제 그 바통을 하지원 김명민 주연의 '내 사랑 내 곁에'가 이어 받으려고 한다. '내 사랑 내 곁에'는 루게릭병에 걸린 종우(김명민 분)와 그를 지키는 지수(하지원 분)의 사랑을 그린다.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을 강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린다. 관객들은 점점 신경이 말라가는 종우 옆의 지수를 보면서 슬픈 현실 속에 희망을 찾는다. 후반부 말을 할 수 없는 종우를 위해 핑클 춤을 추는 모습은 웃기면서도 슬프게 다가온다.
한 영화관계자는 "슬픈 멜로는 지고지순한 순애보로 이상적인 사랑을 그린다"며 "관객들이 경제 불황을 멜로 코드로 잠시나마 잊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