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석 "유승호 때리는 연기..마음의 짐"(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09.10.05 09:36
배우 고창석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배우 고창석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언젠가부터 한국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서 고창석(39)이란 이름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지난해 영화 '영화는 영화다'에서 봉감독 역을 맡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지 약 1년. 그는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인사동 스캔들', '이태원 살인사건', 드라마 '친구-우리들의 전설', '드림'에 연달아 출연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그러던 그가 영화 '부산(父.山)'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유일한 아들이 신장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 노름꾼 아버지 역. 고창석은 '국민 남동생' 유승호를 사정없이 때리고, 첫 촬영부터 부상에 시달리면서 쉽지 않았던 주연 신고식을 치러냈다. 연극 무대가 고향인지라 아직도 스크린에 비친 자기 모습이 "한심하다"는 게 그의 고백이지만, 영화계가 가만둘 리 없다. 사람냄새 물씬 나는 이 독특한 색깔의 배우를.

-고창석이란 이름을 요즘 부쩍 많이 보게 됐다.


▲바빠진 건 사실이다. 사람들은 제가 떼돈 번 줄 안다. 이해는 간다. 영화가 잘 될 땐 선배들 이 그랬다더라. 요즘엔 전체적으로 영화가 침체 된 것 같다. '영화는 영화다' 때부터 저예산 영화를 많이 했다. 좋은 점도 있다. 연극을 하다보 면 영화를 삶의 돌파구처럼 느낄 때가 있다. 그런데 별 차이가 없으니까 연극을 하던 느낌이 있 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가 '니가 영화배우냐' 하면 끝까지 '연극배우입니다' 했는데, 이제는 그냥 '배우입니다' 한다.

-출연작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


▲너무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건 안 좋아한다. 이를테면 홍상수 감독님 영화는 못할 것 같다. 연기를 할 때, 평소라면 제가 해볼 수 없는 것들을 해보는 게 재미다. '영화는 영화다'의 봉감독도 재미있었고, '인사동 스캔들'도 산 속에서 찍으며 재밌었다. '부산'의 강수도 그런 인물 중 하나다. 완전 생양아치인데 아들 살리겠다고 싸우기도 하고. 맞고 울면서도 내가 언제 이렇게 펑펑 울어볼까, 이렇게 맞아볼까 하는 쾌감이 생기더라. 영화에서 울어본 건 처음이었다.

배우 고창석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배우 고창석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유승호의 아버지로 나온다.

▲초반에 승호를 많이 때렸다. 생각하니 겁이 확 났다. '감독님 그만 때리면 안 됩니까' 그랬다. 처음엔 손으로 때리다 나중엔 베개로 때리고 이불로도 때렸다. 제가 승호를 때리면 일반 사람들이 봤을 때 얼마나 타격이 커 보이겠나. 나는 두툼하고 승호는 가냘픈데. 첫날부터 지금 까지 마음의 짐을 안고 연기했다.(웃음)


-나쁜 아버지가 아들을 살리려 고군분투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나쁜 놈이든 좋은 놈이든 아버지는 아버지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TV에서는 히틀러가 얼마나 좋은 아버지였는지가 나오더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강수도 그랬던 것 같다.

거기에 더해서 강수가 친아버지가 아니다. 영화 막판에서 혈연관계만이 가족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배 아파 낳지 않더라도 이렇게 살아온 시간이 있으면 가족을 느낄 수 있겠다 했다.

-악역이라도 늘 인간미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인상은 변하는 것 같다. 어릴 때는 못되게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서클 모임 때는 귀여운 동기가 술 먹고 대드는 걸 따라하다가 맞아 죽을 뻔 했다.(웃음) 저는 악역이라도 공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어글리'하기만 해서는 연기라는 용광로 안에서 관객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나쁜 사람이라도 조금은 귀엽거나 불쌍 한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묻어나게 노력하는 편이다.

배우 고창석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배우 고창석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첫 주연이다.

▲'부산'은 크랭크인 얼마 전에 제안을 받았다. '알겠습니다' 하고난 뒤 겁이 덜컥 났다. 나 영화 시작한 지 얼마 안됐는데 주연 타이틀을 다는 게 빠르다는 생각도 들고, 잠깐 임팩트를 주는 건 걱정이 없어도 긴 호흡으로 가는 게 가능할까 싶고. 나중에 들어보니 다들 걱정을 했다더라. 영호 형님도 '고창석이 누구야' 그랬다고 하고.

그런데 첫 촬영 첫 신을 찍은 지 5분만에 허벅지 안쪽 모세혈관이 터진 거다. 사람들 혀차는 소리가 막 들리는 것 같고 그랬다.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고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랬는데, 무술감독님이 안된다고 하더라. 꼼짝없이 쉬었다 . 그러고는 힘들다고 느낄 정신적 여유도 없이 찍었다. 하이라이트 찍을 땐 28시간을 내리 맞았다. 그땐 힘들더라. '아 죽겠다' 하다가 감독 얼굴을 보면 딱 고개를 돌리는데, 감독님 얄미워 죽겠대∼.

-주인공 해 보니 어떻던가.

▲주연 한 번 해 보니 돈 많이 주는 이유가 있구나 싶다. 얼마 전에 박철민 선배가 주연하는 단편영화에 우정출연을 하러 갔는데 선배가 '아 나는 주인공 체질 아니야' 그러시더라. 뭔 말인지 알겠더라.

-바람이 있다면?

▲꿈이 있다면 분야는 상관없이 1년에 두 작품 정도만 하면서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작은 역인데도 시간이 밀리고 하다보니 겹쳐지더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다음 작품은 결정했나?

▲김태균 감독님의 '맨발의 꿈'이다. 11월에 동티모르에 가서 2달 촬영하고 온다. 내가 나이를 느꼈다는 걸 그 때 느꼈는데, 옛날 같으면 아무 생각없이 신나게 갔을 걸, 이번엔 인터넷에 '동티모르 내전' 검색해봤다. 어쨌든 하기로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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