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 감독 "밝은 사랑 이야기하고 싶었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10.05 11:40
ⓒ임성균 기자 tjdrbs23@ ⓒ임성균 기자 tjdrbs23@


허진호 감독이 달라졌다. 매번 가슴 시리고 얼얼한 사랑을 그렸던 그가 이번에는 밝고 따스한 사랑 이야기를 들고왔다. 8일 개봉하는 '호우시절'은 달라진 허진호 감독의 첫 번째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호우시절'에 유학 시절 호감을 품었던 남녀가 우연히 중국 사천성에서 재회한 뒤 다시 사랑을 품게 되는 3박4일간의 일정을 그렸다. '비포 선라잇' 같은 이국의 사랑과 허진호식 멜로의 결합은 관객에 신선함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4편의 영화를 통해 허진호식 멜로라는 하나의 세계를 열었던 그가 해피엔딩을 그린 이유가 뭘까, 이야기를 들었다.


-이전 작품과 달리 해피엔딩이 분명한데.

▶원래는 메이(고원원)가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엔딩이었다. 그런데 정우성이 엔딩에 남자 주인공이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서 마지막날 일단 촬영을 했다. 그동안 (내 작품에)어두운 면이 있었다면 이 영화는 밝게 가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그 장면을 붙였더니 참 좋더라.


-말한 것처럼 '호우시절'은 전작과 달리 밝은 사랑을 그리는데. 정우성은 결혼과 득남의 여파라고 하던데.

▶(웃음) 의식하지는 않았는데 바뀐 게 있는 것 같다. 분명히 따뜻함을 표현하게 된 것 같다.

-'봄날은 간다'처럼 자연 소리를 감성적으로 영화에 담은 게 인상적인데.


▶대나무 소리 느낌을 좋아한다. 자연의 소리가 혼자만의 느낌을 담는 것 같다.

-두보의 시와 두보초당이 주된 공간인데. 첫 해외 촬영이기도 하고.

▶이 영화는 두보초당을 가보고 결정한 것이다. 두보초당에서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에서 고민하다가 마침 조감독이 두보의 시에서 제목을 착안했다. 첫 해외촬영이라 의사소통에 초반 어려움도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아 잘 마무리했다. 다시 중국에서 영화를 찍는다면 이 스태프들과 꼭 다시하고 싶다.

허진호 감독 ⓒ임성균 기자 tjdrbs23@ 허진호 감독 ⓒ임성균 기자 tjdrbs23@


두보와 뭔가 인연이 있는 것도 같다. 아기가 태어나고 한 달이 지나 중국에 갔다. 작명가에게 아이 이름을 받았는데 두보 두 자에 이을 연 자를 지어 왔더라.

-'아이 러브 청두'에 단편으로 참여하려다 장편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처음부터 장편화를 준비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단편으로 먼저 개봉하면 아무래도 장편 개봉이 어려워 장편으로 방향을 바꿨다.

-다섯 번째 사랑 이야기인데 풀어가는 방식은 바뀐 것 같은데.

▶멜로를 계속 만들다보면 반복이 된다. 반복되는 느낌을 피하려고도 했다. 내가 세상과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도 있다.

-정우성과 예전부터 작품을 같이 하려했는데. 사뭇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잘 맞아떨어졌는데.

▶정우성은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사람이다. 정우성은 작품 속 이미지와는 달리 생활의 모습이 있다. 보여주지 않았던 일상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그런 모습이 발견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고원원과는 어떤 인연이었나.

▶어떤 정보도 없었다. 그냥 느낌이 선하고 평범하기도 했다. 선입견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내가 만들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호우시절' 전반부는 마치 할리우드 관광 로맨스영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공간이 더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도 있고.

▶한국감독이 중국에서 찍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외국이 바라보는 중국에 대한 시각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공간에 더 한정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짧은 경험이지만 내가 현지에서 느꼈던 것을 많이 담았다. 돼지내장 국수도 그렇고, 광장에서 춤을 추는 것도 그렇고.

오히려 이번 작품은 공간에 대한 깊은 고민은 못했다. 하지만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찍는 게 어렵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공간이었기에 더 편했다. 큰 미덕이기도 했다.

-허진호 작품 중 가장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이기도 한데.

▶맞다. 외국에 낯선 곳에 갔을 때 우연히 옛 사랑을 만나면 어떨까란 생각 다들 하지 않나. 이번 작품은 그런 판타지에서 출발했다. 3박4일이라는 일정 속에 일상성보단 비일상성을 그리고 싶었다. 한국에서 찍은 것은 아무래도 현실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외국에서 찍어서 그럴 수도 있다.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것도 그렇고.

-두 주인공이 떠올리는 과거의 기억도 다르고, 또 과거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는데.

▶같은 이야기도 시간이 지나면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엇갈린 기억 속에서 사랑을 찾길 바랐다. 그래서 일부러 둘의 관계를 정확히 그리지 않았고 배우들에게도 설명하지 않았다. 배우들이 혼란을 겪으면서 찾길 바랐다.

-정우성과 고원원의 호연이 특히 눈에 띄던데.

▶팬더 공원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찍었을 때는 정말 진짜 사랑을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연기의 느낌보다 행복해하는 모습이 사랑의 절정처럼 느껴졌다. 복이 많다.

-왜 계속 사랑만 그리나.

▶사랑에는 분명한 세계가 있다. 사랑이란 감정의 변화에는 희노애락이 다 들어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영화감독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다섯 작품의 포스터를 보면 다 비슷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은 규모가 큰 영화도 하고 싶고 아니면 좀 더 작은 이야기도 하고 싶다.

ⓒ임성균 기자 tjdrbs23@ ⓒ임성균 기자 tjdrbs23@


-대부분 미남미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다. 역시 사랑에 대한 판타지 중 하나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아, 여주인공은 그런 면이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그런 사랑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나이가 많은 사랑이야기를 생각 중이다.

-영화 시작과 끝에 'Hi'라는 대사가 나온다. 감정의 차이도 아주 다르고.

▶짧은 단어로 만남과 이별을 담으려 했다.(웃음)

-허진호식 멜로란 장르를 만들었는데.

▶멜로라는 장르는 사실 약한 부분이 있다. 그거에서 어떤 것을 관객에게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눈물이 될 수도 있고 설레고 기쁜 감정이 될 수도 있다. 거기에 우열은 있을 수 없다. 다만 대중과 좀 더 소통을 하고 싶단 생각을 요즘 한다.

'첨밀밀'처럼 즐겁게 볼 수 있는 멜로. 그런 소통을 생각하고 있다. 글쎄, 이번 영화는 최고 흥행을 할 수 있을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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