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와 tvN에서 방송한 '꽃보다 남자(그룹 에이트 제작)' '결혼 못하는 남자(사과나무픽처스 제작)', KBS 2TV와 OCN 방송 예정인 '아이리스(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
"인기드라마 지상파로 먼저 볼까? 케이블로 몰아서 볼까?"
최근 케이블 방송사들이 채널 경쟁에서 지상파 방송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오는 14일 첫 방송하는 KBS 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는 케이블 채널 OCN에서도 17일부터 주말 방송으로 전격 편성됐다. 지상파에서 인기를 끈 프로그램을 한참 뒤 케이블에서 재방송 하던 종전과 달리, 지상파와 케이블의 편성 간격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최대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KBS 2TV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도 본방송 당시 케이블 채널 tvN에서 비슷한 회차로 주말에 방송됐다. 이 때문에 KBS에서 주말에 ‘꽃남’을 재방송하고 몇 시간 뒤 tvN에서 같은 내용을 그대로 방송하는 일도 벌어졌다. KBS 자사 케이블채널 KBS드라마에서 다시 재방송하면서 당시 TV는 온통 ‘꽃남’이 장악했다.
이처럼 반복된 방송에도 불구하고 tvN은 '꽃보다 남자'로 평균 2% 이상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고수했다. KBS 2TV '결혼 못하는 남자' 역시 KBS 자사 케이블채널 보다 tvN에서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똑같은 프로그램을 방송해도 편성 전략에 따라 케이블채널 방송 시청률이 높게 나온다. 편성 전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같은 편성 추세와 관련 OCN을 운영하는 온미디어 국내 프로그램 담당자는 7일 “최근 독립 프로덕션에서 규모가 크면서 동시에 퀄리티도 좋은 대작의 제작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작품들의 경우 성공률이 높게 평가돼 제작 초부터 판권 선판매 등으로 제작비 확보가 용이하다. 작품 자체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지상파를 통해 방송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예능프로그램 제작으로 케이블채널 시청률이 급등한 것도 경쟁 심화의 주요 원인이다. 지상파는 한 발 앞선 편성으로 시청률 우선 확보가 가능하고, 케이블은 시리즈를 몰아서 방송하는 ‘데이편성’으로 마니아층 공략에 용이한 것이 각 채널의 이점이다. 프로그램 판권을 소유한 제작사의 채널 선택폭이 넓어진 셈이다.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이처럼 동시 편성되는 것은 아니다. OCN 관계자는 “여러 채널에서 비슷한 시기에 방송할 수 있는 것은 작품이 대작이거나 수익이 보장된 히트작으로, 시청률 면에서 검증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이리스’의 경우 200여억원에 이르는 제작비와 이병헌·김태희·정준호·김승우·김소연·탑 등 톱스타 주연, 헝가리·중국·일본 해외 로케이션을 내세우는 대작 드라마다. ‘꽃남’ 역시 제작 전부터 일본 엠넷재팬, TBS를 비롯해 중국, 대만,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10개국에 선판매돼 수익이 보장된 작품이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편성 추세에 대해 “본방송 시간대에 TV시청이 어려워 보지 못하는 드라마를 케이블에서 그대로 볼 수 있어서 좋다” “케이블에서 연이어 방송해 주기 때문에 보기 편하다. 본방송을 보고도 케이블에서 다시 보게 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채널을 돌리면 매 번 똑 같은 방송이 나와서 지겹다” “프로그램 우려 먹기식 경쟁으로 시청자의 선택권만 빼앗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