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11월 이른바 창고영화들이 줄줄이 관객을 맞는다. 제작된 뒤 오랜 기간 동안 빛을 못 보던 영화들이 일제히 개봉하는 것.
신현준 강혜정 주연의 '킬미'를 비롯해 장혁 주연의 '펜트하우스 코끼리', 현빈 이보영 주연의 '나는 행복합니다', 그리고 노근리사건을 담은 '작은 연못' 등이 일제히 개봉한다.
지난해 15편이 넘는 창고영화들이 개봉했던 데 비해 올해는 개봉 편수가 줄어들었다. 이는 한국영화 침체기 속에 제작되는 영화가 감소했고, 거품 또한 줄어든 탓이다.
소위 창고영화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강하다. 상업적인 만듬새가 부족하거나 투자사들의 손실계산을 위해 빨리 털어버리려 한다는 인식이 컸다. 때문에 극장 비수기를 골라 개봉하는 것도 강자들을 피하는 전략으로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상황이 좀 다르다. 전통적인 극장가 비수기를 맞아 상대적인 배급 여력이 생기면서 소중한 영화들이 빛을 보게 됐다.
대표적인 작품이 '작은 연못'이다. '작은 연못'은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미국의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다룬 영화다. 이 작품은 뜻있는 배우들이 노 게런티로 참여해 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올해 7년만에 비로소 관객에 소개하게 됐다.
윤종찬 감독의 '나는 행복합니다'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소개돼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처절한 현실을 견디지 못해 과대망상증에 걸린 환자를 주인공으로 현빈과 이보영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1년여의 기다림 끝에 개봉을 확정한 만큼 영화팬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신현준과 강혜정이 호흡을 맞춘 '킬미'는 촬영이 마무리된지 2년이 지나 개봉한다. 이 영화는 남자친구에 차여 자살하려고 킬러를 고용한 여자과 외로운 킬러의 로맨스를 그렸다. '킬러들의 수다'의 절묘한 변용으로 비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신현준과 강혜정이 최근 이슈메이커로 떠오른 것과는 무관하게 개봉 날짜를 확정했다.
정승구 감독의 '펜트하우스 코끼리'는 우여곡절을 겪다가 해를 넘겨 개봉하는 작품이다. 장혁 조동혁 이상우 등이 화려한 도심 속에서 퇴락을 즐기다가 겪게 되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파격적인 베드신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지만 내부 사정으로 개봉이 늦춰졌다. 고 장자연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창고영화에도 옥석은 있다. 더구나 올해는 수작들이 눈에 띈다. 긴 시간 동안 관객을 기다려온 이 작품들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게 될지, 관객의 선택이 기다려진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