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패떴'은 참돔을 낚았나

[기자수첩]

문완식 기자  |  2009.11.01 13:28
"지느러미를 봐주세요."

지난 10월 31일 기자에게 SBS 홍보팀발로 메일 한통이 도착했다. 참돔 사진 석장이 첨부된 메일에는 "김종국 씨가 잡은 참돔과 유사한 지느러미 짧은 참돔들이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날 불거진 '참돔 지느러미 논란'에 대해 SBS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메일이었다. 배를 드러내고 나란히 누워있는 참돔 사진들에 그저 웃음만 났다.


SBS 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와 관련한 '참돔 논란'이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에서 김종국이 시가 20만 원 짜리 참돔을 낚는 장면에서 비롯된 '논란'은, '참돔이 낚시 초보인 김종국이 잡을 수 있을 만큼 쉽게 낚이는 어종이 아니다', '참돔을 낚은 바늘의 위치가 보통의 방향과 다르다'라는 데서 시작해, '잠수부가 김종국의 낚시에 참돔을 끼워줬다더라'에서 확산된 뒤 '잡힌 참돔의 지느러미가 실제 낚시에서 잡히는 참돔의 지느러미보다 유난히 짧다'는 데 까지 와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제작진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김종국이 실제로 잡았는데 더 이상 뭐를 어떻게 더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는 게 이번 '논란'에 대해 제작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라는 것.

'패떴' 연출자인 장혁재PD는 기자에게 "대응할 생각이 없다"면서 "제작진 입장에서는 화면에 보이는 그대로라고 밖에는 시청자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제작진의 해명에도 불구, 한 네티즌이 '우도 검멀레에서 잠수부가 '패떴' 촬영팀의 낚시대에 참돔을 끼워줬다더라'는 '증언'을 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기자는 이번 '논란'과 관련 지난 10월 30일 제주도 우도 현지의 W스쿠버다이빙 업체와 접촉을 했다. 해당 업체는 우도에 몇 개 안되는 스쿠버다이빙 업체로, 일단 '잠수부가 김종국의 낚시대에 참돔을 끼워줬다'는 사실에 대한 확인이 1차적 목적이었다. 이 업체는 스쿠버다이빙 강습 외에 보트 및 낚시대를 대여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었다.

확인 결과 이 업체는 지난 9월 21일 '패떴' 현지 촬영 당시 보트 및 낚시 도구를 대여해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속에 잠수부가 들어가 '패떴'팀의 낚시를 도운 사실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녹화 당시 촬영 현장 앞 바다 위에서 보트를 대기하고 있었지만 "바다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확인 결과 당시 유재석 김종국 등의 낚시 당시 이들의 낚시를 도왔던 해당 업체의 강사 또한 "물속에 들어간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자는 이러한 사실을 기사화했고, '참돔 논란'은 수그러드는 기미를 보였지만 이내 재점화됐다. 이번에는 참돔의 '짧은 지느러미'가 문제였고, SBS측은 '짧은 지느러미 참돔'을 기자들에게 보내 이해를 구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참돔 논란'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 가까운 시청률로 국내 대표적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는 '패떴'이, '리얼'문제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점은 분명 '패떴'이나 시청자 모두에게 상처를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일부 네티즌과 검증 없이 이를 옮기는 매체들도 문제지만, '패떴'과 시청자들 사이에 점차 깊어가는 불신의 골은 앞으로의 '패떴'에게 있어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패떴'은 '무한도전', 1박2일' 등 다른 경쟁프로그램에 비해 유난히 '논란'의 중심에 자주 서왔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이 크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지만 '패떴'에 대해 유독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패떴'이 일부러 잠수부까지 동원해서 참돔을 낚아서 얻을 이득은 별로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제 '패떴'은 이미 잡은 참돔보다 시청자들의 멀어진 마음을 어떻게 잡을지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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