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어렵게 돌아온 가수 아이비가 내뱉은 말이다.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무대에 오른 지금 이 순간이 기적 같다"는 그녀의 말처럼, 아이비는 지금 깨지 않았으면 싶을 꿈을 꾸는 기분이다.
지난 2007년 2집 타이틀곡 '유혹의 소나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만, 불미스런 일로 자의반타의반 공백기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아이비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삶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사생활도 보장받지 못하면서 연예인을 하나 싶었다. 상처도 그만 받고 싶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무대에 대한 갈증은 깊이를 더했고,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만 봐도 그 사람이 자신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자신을 발견했다.
"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만 봐도 부러웠어요. 휴~ 한때는 포기하려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노래가 천직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대가 그렇게 그리워질 줄 몰랐는데."
그녀에게 가수는 역경이 있을지언정 포기할 순 없는 '천직'이었다. 가족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제가 올해 초 다시 가수 안 해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었어요. 그런데 내색은 안 하셨지만, 무대에 서서 열심히 노래하는 제 모습이 보고 싶으셨나 봐요.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제가 보고 싶으셨던 거겠죠.(미소) 매일 집에만 있는 저를 보고 가슴 아파하셨거든요. 어떻게 보면 지금 활동도 가족을 위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만큼 무대에 대한 아이비의 간절함은 배가 됐다. 무엇보다 이젠 무조건 1등이 목표이던 '어린' 아이비는 음악에서 만족을 찾는 '성숙한 어른'이 됐다.
순간 그녀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2년의 기간이 그녀를 무척이나 감수성 풍부한 여인으로 만들었나 보다. 그녀의 표정에서 가식이 아닌 진심이 읽혀졌다.
그녀 또한 "달라졌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어요. 덕분에 세상을 배웠고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죠. 무엇보다 '나'란 사람을 잘 알 게 됐어요. 무거웠던 마음의 짐도 내려놓으니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도 알겠고요. 또 감수성이 어찌나 풍부해졌는지, 툭하면 눈물이라니까요."
한 아름 미소를 머금은 아이비는 담담히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을 털어놨다. 곧이어 그녀는 이제 팬들에게도 꽁꽁 감춰있던 '진짜 아이비'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사실 지난 2005년 데뷔 당시 아이비는 철저한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했다. 무대 위 모습 외 진짜 아이비의 모습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아이비, 이제는 달리지고 싶다고 했다.
"이번 활동에서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1,2집 활동하며 아쉬웠던 건 좀 더 저의 인간적인 모습 혹은 무대 밖의 모습을 못 보여드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이 아이비는 원래 그런 아이인가 보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다시 기회가 온다면 이제는 더 이상 숨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팬들에게 더 다가가고, 친근해질 기회도 만들 거예요."
더 이상 숨지 않기로 했다. 아이비, 세상과도 당당히 맞서 싸울 것이다. 때로는 상처 받겠지만, 상처는 성숙의 또 다른 이름. 이 진실을 2년간 체득한 아이비는 더 이상 두려울 것도 머뭇거릴 이유도 없다.
게다가 2년 만에 힘들게 찾아온 기회 아닌가. "데뷔 때도 이렇게 떨지 않았다"는 그녀의 말처럼 이번 활동은 아이비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악플도 많지만 지금까지 날 기다려준 팬들이 있더라구요. 무대가 끝난 뒤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는데 너무 감사했어요. 2년이란 시간, 생각해 보면 굉장히 긴 시간이잖아요. 그 사이 쟁쟁한 가수들도 많이 나왔는데 '아이비'란 사람을 기억해 주다니 진짜 힘나요.(웃음) 이젠 진짜 '열심'이란 단어 가슴에 새기며 활동할 거에요."
어려울 때 사람의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다. 2년의 침묵, 묵묵히 그녀 곁을 지킨 팬들이 있어 오늘도 아이비는 즐겁게 노래한다.
"많은 일을 겪고 나니 이제 같은 노래도 다르게 느껴져요. 진짜 내 마음을 담아서 부른다고 할까. 표정을 예전에는 연습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도, 가식적으로 웃음 지을 필요도 없어요. 이젠 다 알 것 같아요. 가슴으로 부르는 제 노래, 아이비 표 음악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