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잊혀지는 두려움은 없었다…오직 갈망뿐"

(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11.05 10:11
유동일 기자 유동일 기자


고수가 돌아왔다. 2006년 1월 SBS 드라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에 출연한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한 지 꼭 4년만이다. 그는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백야행'으로 대중과 다시 만난다. 영화 출연은 2004년 '썸' 이후 5년만이다.


고수는 한때 꽃미남 배우로 아이돌 못지않은 스타덤을 누렸다. 원치 않은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1998년 데뷔한 이래 20대를 온통 연예계에서 보낸 그에게 긴 휴식시간은 한 뼘 더 성장하게 만들었다.

'백야행' 개봉을 앞둔 그를 만났다. 고수는 '백야행'에서 한 여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희생하는 남자를 연기했다. 그는 여전히 말수가 적고 신중했지만 눈빛은 한층 깊어져 있었다.


-전역하고 여러 작품들이 있었는데 굳이 '백야행'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시나리오가 좋았다. 처음에는 미스터리인가 싶더니 반전이 워낙 크게 다가왔다. 처음 읽었을 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도 있구나 싶었고. 배우와 작품은 인연인 것 같다. 어떤 작품을 하려 해도 인연이 닿아야만 할 수 있는 것 같다. '백야행'은 그렇게 내게 인연으로 다가왔다.


-'썸' 외에는 영화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4년만의 복귀작을 영화로 택한 까닭은.

▶예전에는 드라마든 영화든 내게 그 가치가 확실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오랜 공백기간 동안 생각을 많이 했다. 뭘 해야 하고 뭘 하고 싶나를 생각했다. 대학원을 영화과 다니면서 영화에 대한 생각이 한층 커졌다.

-'백야행'은 일본소설이 원작인데다 일본 드라마도 있다. 선례가 있는 만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보지는 않았지만 일본 드라마는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통해 감정을 풀어냈다고 하더라. 소설은 글로 심리를 묘사하고. 그런데 영화는 마치 손발을 잘라놓고 연기를 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기교 없이 철저히 그 사람이 되자고 마음먹었다.

-'백야행' 엔딩은 여러 가지 감정이 혼합돼야 했을텐데. 특히 상대역 손예진을 이해시키기 위해선 고수의 연기가 아주 훌륭해야 했을 것 같은데.

▶맞다. 한 여자를 위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지, 나와 상대, 관객을 모두 납득시켜야 했다.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가장 큰 숙제다.

-형사 역의 한석규와 손예진과는 영화 속에서 부딪히는 장면이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홀로 연기하면서 고독했을 것 같은데.

▶한 프레임에 없어도 내 연기를 받아서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떨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군대 기간 동안 연예계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본인에게도 그럴테고.

▶글쎄 연예계가 바뀌었다기보다 내가 많이 바뀌었다. 가치관이 변했다고 할까. 예전에는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일을 쉬면서 그런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해갔다. 영화나 드라마는 일부러 안봤다. 못보겠더라.

공익근무요원을 하면서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때고 철저히 개인으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마찰도 좀 있었다. 그렇게 일부러 연예계와 단절시켰다. 그랬더니 연예계가 남일처럼 느껴지더라. 감각도 무뎌지고. 계속 이 일을 해야하나 이런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 다시 복귀하자마자 영화를 시작하고 연이어 드라마를 찍게 됐는데.

▶너무나 하고 싶어서 거절당하면 상처를 받을까봐 거리를 뒀던 것 같다. 다시 시작하게 됐을 때 하고 싶은 일을 비로소 할 때의 충족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복귀하고 처음 카메라 앞에 섰을 때가 생각하나.

▶물론이다. 지하철 장면이었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나, 카메라에는 잘 비춰지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욕심만 앞선 게 아닌가 싶더라. 지금도 100% 카메라 앞에 적응됐다고는 못하겠다. 아직 좀 어색한 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다.

유동일 기자 유동일 기자


-아이돌 같은 인기를 누렸다. 이젠 배우로 거듭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 것인가.

▶특별히 그런 생각은 없다. 예전의 내가 있고, 당시 나를 이끌어줬던 분들이 있어서 지금 내가 있다고 늘 생각한다. 다만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가면 된다고 생각할 뿐. 앨범을 보면 과거 내 모습이 다 담겨있지 않나. 다만 나는 직업이 연예인이니 내 앨범을 혼자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함께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엔 좀 더 폐쇄적이었던 데 비해 이제는 많이 열려진 느낌인데.

▶그때는 스스로를 가뒀던 것 같다. 예전에는 그런 생활에 익숙하고 그게 전부였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나오려고 하지도 않았고. 이제는 여행도 다니고 사람도 만나면서 그런 생활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백야행'에서 첫 베드신을 찍었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연기라 어색하지 않았나.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익숙하게 해야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것을 즐기는 것 같고. 베드신에는 역할의 성격, 감정, 그리고 베드신에 대한 내 생각 등이 다 녹아있다.

-오랜 공백 기간 동안 잊혀지지 않을까 두려움은 없었나.

▶언젠가는 TV 안으로 걸어들어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두려움은 없었다.

-이경희 작가의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로 안방극장에 복귀하는데.

▶요즘 난 모든 세상에 그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정말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 이런 생각까지도. 역시 인연이다.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임하고 있다.

-'백야행'도 그렇고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도 그렇고 1순위가 아니었는데.

▶알맹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누구 다음이라는 것은 내게 의미가 없다. 물론 서운한 감정도 없고. 간절히 원했기에 그렇기도 하다.

-고수가 간절히 원하면 이뤄지는가.

▶이뤄진 것만 생각하는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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