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관객이 많이 몰리는 황금 시간대 상영은 더더욱 장담할 수 없다. 표면상 스크린 수가 수백, 수십 개에 이르더라도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일쑤다. 영화 흥행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최근 영화 '하늘과 바다'와 '집행자'가 '퐁당퐁당'의 설움을 겪었다. 각 영화의 제작자는 극장에서 아예 필름을 회수하거나 삭발 시위를 계획하며 '퐁당퐁당'으로 내몰린 힘 없는 영화의 현실에 항의하고 있다.
장나라가 주연을 맡은 '하늘과 바다'는 개봉 전부터 대종상 후보 논란 등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지난 28일 개봉했다. 198개 개봉관을 확보했지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른 개봉 첫 주 관객은 1만3715명에 불과했다. 지난 11일까지의 누적 관객은 1만8000여명에 불과하다.
'하늘과 바다'가 이처럼 철저하게 관객에게 외면받은 데는 '퐁당퐁당'이 한 몫을 했다. 첫날부터 심각하게 '퐁당퐁당'을 당해 개봉관 전체에서 조조 상영으로 밀렸을 뿐더러 둘째 날부터 전체 스크린 절반 가까이에서 사실상 퇴출에 가까운 수모를 당했다.
지난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선전한 윤계상 조재현 주연의 영화 '집행자'도 퐁당퐁당의 예정된 피해자다. 사형집행에 나선 교도관을 그린 '집행자'는 입소문 속에 평일 하루 평균 2만여명의 관객이 몰릴 만큼 사랑받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누적관객이 약 24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집행자' 측은 극장들로부터 할리우드 대작 '2012' 등이 개봉하는 오는 12일부터 교차상영에 들어간다는 통보를 받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제작사 활동사진 조선묵 대표는 문화관광부 또는 공정위 앞에서 삭발투쟁을 결정하고 이에 대해 항의할 예정이다.
'퐁당퐁당'은 스크린 독과점과 더불어 한국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일단 '퐁당퐁당'에 들어가면 완성된 영화가 관객에게 충분히 선보일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게 된다.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퐁당퐁당'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다.
특히 대형 기대작에 스크린을 몰아주면서 나머지 영화들이 '퐁당퐁당'으로 내몰리는 일이 잦다. 작은 영화, 대형 배급사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영화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극장 비수기인 10월과 11월, 그동안 개봉을 못했던 영화들이 앞 다퉈 쏟아지고 있는 데는 '퐁당퐁당'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대형 재난 블록버스터 '2012'가 수백개 개봉관을 잡으면서 그 작은 기대마저도 무너지는 결과를 낳아 더욱 씁쓸함을 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