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헬스클럽에서 런닝머신을 타면서 울었단다. 땀을 뻘뻘 흘리는 가운데, 눈물이 어찌나 주륵주륵 흐르는지 그 둘이 범벅이 되면서 말이다. 멀리서 지켜보던 트레이너가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왜... 우세요?’하고. 런닝머신을 뛰던 사람이 대답했다. ‘저기 지붕뚫고 하이킥이 오늘 슬퍼서요...’
또 어떤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지붕뚫고 하이킥은 단순히 시트콤이 아니라, 장인의 작품인 거 같아’라고.
그렇다. ‘지붕뚫고 하이킥’은 시트콤이란 장르지만, 그저 허탈하고 유치하게 웃기지 않는다. 단순한 말장난으로 헛웃음을 만들지 않는다. 이 안에는 따뜻한 감동이 있고, 생활 속에서 느끼는 공감유머가 담겨있다.
9월에 첫 회를 시작한 이후로 꾸준히 시청률이 올라 이제는 웬만한 드라마보다 시청률이 좋다. 저녁 준비에, 설거지에, 아이들 숙제에, 이런 저런 일들로 산만하기 그지없는 저녁 7시대에 좋은 시청률이 나오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막장 요소도 없다. 아니 오히려 정반대로 잔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있는 이유, 도대체 뭘까?
일단 모든 캐릭터들에게 공감이 된다. 폼만 잡는 CEO가 아니라, 방귀 뀌고 치사한 본성을 지닌 CEO,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좀 어설픈 부사장,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타의 모범이 되는 모습만 보여지는 게 아니라 소심하거나 지멋대로거나... 사실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들과 된장녀에, 공부 안하는 뺀질이에, 욕심많은 못된 손녀에, 아빠없이 열심히 사는 안쓰러운 자매 등등 드라마속에만 존재하는 인물들이 아니라, 현실에서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저기서 마주치는 인물들이란 말이다. 그러니 모든 상황이 100% 공감갈 수밖에.
게다가 시트콤이라는 장르에 웃음뿐만 아니라, 감동이라는 걸 혼합한 ‘실험’의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기존의 시트콤들은 어떤가?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보이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억지상황과 앞뒤문맥 따지지 않고 그저 말장난 같은 ‘대사빨(?)’로만 이야기를 엮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은 어떤가? 처음 몇 회는 ‘어? 감동이...? 시트콤이 좀 잔잔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어색함(?)이 있었다. 하지만, 단발적으로 한 회 웃음만을 노린 게 아니라 앞날을 길~게 보는 제작진의 눈이 있었다고나 할까? 결국 깊은 스토리 흐름으로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는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 본받을 만한 자세라 할 수 있겠다. 한 회 한 회 시청률에만 급급해서, 독한 양념이란 양념은 다 넣는 막장 시대에 ‘의지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자세’ 말이다.
그래서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는 시간을 거짓말 요만큼도 안 보태고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본방사수를 못하면 녹화까지 한다. 깜박하고 잊으면 케이블 재방으로라도 챙겨본다. 아마도 이런 열정으로 공부했다면 박사 됐을지도 모른다. 푸하하.
<이수연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