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뚫고 하이킥'의 신세경 ⓒ임성균 기자 tjdrbs23@
신세경(19)은 특별하다. 그녀는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가난으로 식모살이를 하게 된 산골 소녀를 본명 그대로 연기하고 있다. 요즘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딨냐는 의심은 사라진 지 오래. 순수했던 옛 시절을, 아련한 첫사랑을 연상시키는 소녀 세경의 성장담은 발칙하고도 따스한 이 문제적 시트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신세경은 감동 담당"이라는 연출자 김병욱 PD의 말처럼, 한국 시트콤 역사에 유례없는 눈물과 여운을 그녀가 그려가고 있다. 그와 함께 매력적인 젊은 기대주 신세경이 보인다. 그녀의 재발견, 1998년 서태지의 'take5' 포스터의 신비로운 소녀로 처음 얼굴을 알린 지 11년만이다.
신세경은 "처음엔 신파라고 욕도 많이 먹었다"고 싱긋 웃음을 지었다. 극 초반엔 신세경과 함께 동생 서신애만 등장하면 분위기 다운된다고 불평이 끊이지 않았단다. 하지만 반응은 곧 달라졌다. 최근 세경·신애 자매와 아빠와의 상봉 장면에선 '시트콤을 보다 울어버렸다'는 후기가 빗발쳤을 정도다. 신세경은 "모든 게 감독님 덕분"이라고 모든 공을 제작진에게 돌렸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신세경 ⓒ임성균 기자 tjdrbs23@
신세경에게 찾아온 변화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극 중간 등장한 '청순 글래머'란 묘사는 그대로 신세경의 별명이 됐다. 수수한 옷차림이지만 잠깐씩 드러나는 볼륨감 있는 몸매에 열광한 남성팬이 적지 않았다. 당차고 침착한 그녀도 '청순 글래머'와 신세경이 며칠씩 검색어 1위를 달릴 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청순 글래머'라고, '서태지 소녀' 이후 10년만에 다른 별명이 생긴 셈이죠.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랑 180도 달라서 더 당황스러웠어요. 촬영장에만 있어서 얼마나 반응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몰라요. 어차피 극에서 나온 말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인터넷을 보고 많이 놀랐죠. 처음엔 작품이랑은 상관없이 한 쪽으로만 봐주시면 어쩌나 걱정도 됐지만 지금은 관심이고 칭찬이려니 생각해요."
말초적이기 짝이없는 '청순 글래머'란 별명조차 신세경에 이르면 다른 느낌을 준다. '청순 글래머'는 순수한 매력과 섹시한 매력을 동시 지닌 남자들의 로망. 그러나 신세경의 매력은 '청순 글래머' 하면 흔히 연상되는 수줍은 백치미와는 거리가 멀다. 비록 배운 것 가진 것 없는 산골소녀라도 세경은 고집스럽고 자존심 센 당찬 아가씨다. 배우 신세경 또한 마찬가지다.
"청순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봐요. '토지'의 서희도 그렇고, '선덕여왕' 천명공주도 그렇고, 저는 세 보이고 강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극중 세경이는 당차고 자존심도 세요.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저와 닮은 모습이 있죠. 초반보다 저와 더 비슷해지고 캐릭터의 매력도 더해졌어요. 저도, 세경이도 점점 더 성장해가겠죠."
'지붕뚫고 하이킥'의 신세경 ⓒ임성균 기자 tjdrbs23@
그때와 지금이 비슷한 것이 있다면 묘한 기운이 서린 그녀의 얼굴일 것이다. 주위 사람들조차 "세경이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신세경도 솔직히 인정했다.
"제가 좀 들어보이는 얼굴이잖아요. 중학교 사진이나 지금 사진이나 다를 게 별로 없어요. 얼굴이 점점 더 제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10년 쯤 지나면 그때는 원래 나이보다 더 어려보이지 않을까요? 점점 어려지는 게 이런 얼굴의 장점이래요.(웃음)"
극중 셀카를 즐기고 사랑에 눈떠가는 세경처럼, 카메라 밖에선 신세경도 영락없는 신세대다. 신세경은 "어른스럽다는 말은 많이 듣지만 밖에서는 다 똑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2PM도 좋아하고, '선덕여왕' 비담은 이상형이란다. 그녀는 "'하이킥' 같이 나오는 기광이네 팀인 비스트도 좋아해요. 꼭 적어주셔야 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신세경은 "한 작품을 이렇게 오래 한 것이 처음"이라며 "세경이와 함께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영화 '오감도'와 드라마 '선덕여왕'을 거쳐 시트콤 '하이킥'까지. 어느 때보다 주목받으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녀, 올해는 하는 것마다 잘된다는 칭찬에 "기독교라 믿지는 않지만, 내년에는 더 잘된다고 했다"며 까르르 웃었다. '하이킥'의 세경은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경쾌한 웃음이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