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사인 소장품, 그 사인 진품맞습니까?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2009.11.26 09:12
스타의 사인 소장품을 가지고 계십니까? 직접 사인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그 사인 정말 진품입니까?

열렬한 팬의 입장에서는 전장에서의 전리품보다 더 값진 스타 사인 소장품.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한번씩 미소가 번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인 소장품을 보면서 그 시절에 잠시 머문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정성스럽게 사인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지난 24일 한 매체에서 동방신기의 중국 공연 계약서 사인이 위조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요지는 동방신기의 측근 관계자가 3명의 사인을 대신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원본과 대조된 위조 사인은 얼핏보아서 식별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 매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멤버들의 사인을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오늘까지 연예인 사인 대필은 간헐적으로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계약서에 위조할 만큼의 범법 행위는 금시초문이다. 특히 스케줄이 바쁜 아이돌 그룹 중심으로 사인 대필이 있었는데 악의적으로 자행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가요계는 음반 발표와 함께 사인CD를 한정 판매했다. 많게는 수천장에 이르는 사인 CD를 멤버들이 밤을 세워 일일이 사인을 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매니저들이 측은해 보여 돕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다. 멤버들이 팔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감수해도 수량을 맞추기 힘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스케줄까지 소화해내려면 그런 상황을 매니저의 입장에서 그대로 방치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매니저들이 팔벗고 나선 것이 발단이었다. 그런 상황이 종종 발생되면서 그들의 사인을 전담하는 매니저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어느 것이 진품인지 식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했다. 그렇다고 스타들의 사인 소장품이 모두 위조된 것은 아니다. 부족 물량을 채우기 위해 일부 그러한 소장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 5개 이상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연예인에게 쏟아지는 사인 청탁은 옆에서 지켜보기 힘들 정도로 쇄도한다.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것이 도리지만 그것이 불가항력일 때가 많다. 그렇다하더라도 사인 대필은 위험한 발상이다. 비록 열악한 상황이지만 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인 소장품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이 유독 자신에게 돌아온 사인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실망감은 배신감으로 이어진다. 퍽 다행스럽게도 그것이 가짜인지 밝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사인CD를 대필한 매니저의 행보가 계약서 위조로 진화했다니 연예계의 얼룩진 단면을 드러내는 일이다. 마땅히 경계될 일이며, 또한 별 생각없이 대필해 온 지난날을 곰곰히 반성해야 할 때다.

오늘도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인소장품을 보고 삶의 위안을 얻고 있는 팬들을 생각해보라. '사인 대필' 그것은 스타의 탄생이 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무시한 처사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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