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 "가요계 허리를 넘어 가슴이 됐다"(인터뷰)

이수현 기자  |  2009.11.28 11:00
신승훈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신승훈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1개월이 지나면 꼭 데뷔 20주년이 되는 가수 신승훈을 만났다. '발라드 마니아'를 탄생시킨 그는 그간 숱한 히트송을 내놓으며 '발라드의 황제', '국민 가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 27일 서울 청담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손 사레를 쳤다.


"이제 저 국민가수 아니에요. 6, 7세 꼬마부터 4, 50대까지 다 알아야지 진짜 국민가수죠. '보이지 않는 사랑'을 부르던 시절의 전 국민가수가 맞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냥 진행형 가수죠."

스스로를 "가요계의 허리를 넘어 가슴이 됐다"고 말하는 신승훈. 4, 5년차 가수들이 가요계의 대선배 노릇을 하는 요즘 진짜 '대선배'가 된 신승훈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음반, 공연 홍보보다 우리나라 가요계를 걱정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쉬는 동안 5만여 곡을 감상하면서 좋은 가수들을 많이 발견했어요. 하지만 대중이 그들의 노래를 감상하려면 음원 사이트에서 몇 페이지나 넘겨야 하죠. 언론에서 진흙에 묻혀있던 곡들을 끄집어 내줘야 해요. 음반 리뷰가 사라진 지도 오래 됐잖아요."

음반을 한 장 발매하면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던 신승훈에게 요즘의 음원 중심의 음악 시장은 어색하다. 음원 순위와 함께 달라지는 방송국의 가요프로그램 차트도 마찬가지다. 가요 시상식에서 음반 판매량으로 순위를 매겨 선정된 상위 10팀 중 가요프로그램 1위 경험이 있는 팀은 한, 두 팀 정도밖에 없던 시절을 기억하던 그다.


"그 때 방송활동 없이도 여러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지금도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는 많아요. 다만 그들이 안 보일 뿐이죠. 하지만 트렌드를 잘 읽는 친구들은 많다고 생각해요."

올해 가요계를 한차례 휩쓴 걸그룹 열풍을 보며 씁쓸해 할 줄 알았더니 신승훈은 오히려 반색했다. 한층 높아진 수준의 걸그룹들이 대거 등장해 가요계 전반적인 질적 향상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김태우, 박효신 등 '보는 것'이 아니라 '들을 수 있는' 음악 또한 큰 사랑을 받았으니 올 가요계는 '보는 것', '듣는 것' 양쪽 모두를 만족 시켰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신승훈이 지금 가요계에서 더 바라는 점은 뭘까. 그는 후배들에게 어떤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걸까.


"장르의 크로스오버가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점이 약해요. 사실 안 보이는 곳에는 시도하고 있는 이들이 많죠. 그들을 발견해야 해요. 또 조기교육도 중요해요. 동국대학교와 제가 사업 제휴를 추진하는 이유도 길을 잃고 방황하다 뒤늦게 음악에 뛰어드는 이들을 줄이기 위함이죠."

신승훈은 이처럼 내적인 성장을 염려했지만 외적인 발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는 최근 미국 빌보드 핫100에 국내가수 최초로 진입한 원더걸스를 박세리, 박찬호 등과 비교했다. 시작이 중요할 뿐 물꼬가 틔워진 길은 금세 잘 흐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또한 "아시아 음악시장에서 가장 파급력이 센 곳은 한국"이라며 "앞으로 이를 노린 미국 팝시장의 공략에 언론과 정부가 모두 함께 대응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19년간 끊임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여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낸 신승훈은 "종소리가 멀리 퍼지려면 그만큼 종은 아파야 한다"는 시 구절을 읊으며 웃었다.

"저는 평생 음악을 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명화 '해바라기'를 보면 누구나 고흐의 그림이라는 걸 알아보는 것처럼 누구나 제 음악을 알아듣게 하는데 꼬박 19년이 걸렸어요. 이제 한 주기가 지났을 뿐인 거죠. 저는 제 음악 인생을 50년으로 잡고 있는데 다른 사람은 3년으로 보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이제서야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보려고 하는데 왜 저에게 바뀌지 않느냐고 하면 할 말 없죠."

타이틀곡 '사랑치'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오는 12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더 신승훈 쇼-러브 어클락'으로 팬들과 만날 예정이기도 하다.

이처럼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음반과 공연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그가 아직도 지치지 않고 가요계에 열정을 보여주는 이유는 뭘까.

"일본은 가수들이 행복한 나라에요. 몇십년 동안 활동한 가수들이 대접받으면서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죠. 저 혼자 잘 되면 뭐 하겠어요. 제 집인 한국 가요계가 잘 되어야 저도 음악 계속 할 수 있잖아요. 뮤지컬이나 영화에 밀리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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