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 "웃음비결은 새벽시장 몰래 카메라"(인터뷰)

김건우 기자  |  2009.11.28 09:52
ⓒ 임성균 기자 tjdrbs23@ ⓒ 임성균 기자 tjdrbs23@


성동일은 충무로 캐스팅 1순위 배우다. 그가 작품에서 연기를 하면 아무리 무거운 장면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에서 '홍길동의 후예'까지 영화의 웃음은 그가 책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홍길동의 후예'에서 검사 송재필 역을 맡았다. '홍길동의 후예'는 홍길동의 18대손 홍무혁(이범수 분)의 현대판 의적활동을 담는다. 송재필은 홍무혁과 이정민(김수로 분)을 잡기위해 고군분투한다. 보통 영화 속 검사가 카리스마 넘친다면 '홍길동의 후예'의 검사는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도둑놈이 2시간 내내 도둑놈 눈빛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검사도 가족들에게 오빠와 아빠 남편이지다. 이번 작품에서는 가족들을 대하는 모습과 악당을 잡을 때 모습을 나눠 연기했다. 현장에서는 강하지만 집에서는 좀 죽어 산다고 할까. 집에서는 무능력한 남편, 수로한테는 강한 검사, 범수와는 즐기는 쪽으로 연기했다"


캐스팅 1순위 성동일, 왜 영화 출연은 단 6편?

성동일의 필모그래피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그의 출연작이 단 6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01년 '7인의 새벽'이 첫 작품이지만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2006년 '미녀는 괴로워'였다. 그에게 영화는 안 좋은 추억뿐이었다. 출연 작품이 현장에서 "조감독, 성동일씨한테 연락 안했어?"라는 말과 함께 캐스팅 번복된 적도 있었다.


"연극했던 후배가 1번 만나자고 해 나갔더니 김용화 감독과 함께 있었다. 영화는 안 좋은 추억이 너무 많다며 거절했다. 그때 김용화 감독이 자신을 믿어달라고 했다. 영화에서는 검증도 안 된 사람이었는데 정말 끝까지 밀어줬다. 출연료도 파격적이었다(웃음)"

그가 작품선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다. "나하고 술을 잘 먹을 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돈을 벌려면 연기가 아닌 다른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 같은 털털함은 스크린에 그대로 묻어나 항상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술을 먹더라도 스태프들과 함께 먹는다. 영화를 함께 만들며 고생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이들. 그는 그들과 함께 하면서 진짜 작품을 만들고 있구나를 느낀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을 함께 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은 '국가대표'로,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정용기 감독은 '홍길동의 후예'를 함께 했다.

"배우가 현장 분위기를 만드는 거다. 조명 막내를 무시하면 그 사람도 나를 무시한다. 스태프들과 어울림이 영화를 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술이 매개체다(웃음)



가장 고마운 사람은 아내 '내조의 여왕'

성동일에게 가장 고마운 사람은 내조의 여왕인 아내다. 결혼식도 치르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그는 연기를 제외한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 촬영장을 다닐 때도 가족들과 꼭 함께 한다. "공기 좋은 곳에 가족들과 함께 가면 너무 좋지 않나? 제가 촬영할 동안 가족들은 놀고, 저는 쉴 때 가족과 보내고 얼마나 좋나?"

그에게 가족의 의미를 묻자 "나를 돈 벌게 만드는 부담스러운 존재지만, 돈을 행복하게 쓰게 만드는 존재"라고 답한다. 성동일은 1999년 '은실이'를 하면서 번 돈을 사기로 모두 날렸었다고. 아내는 힘든 형편에서도 성동일의 기를 꺾게 하지 않기 위해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고생을 했다.

"예능을 하게 된 것도 가족들 때문이다. 당시 예능을 5개 했었다. 예능을 하면서도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어느 곳에서도 불러주지 않았다. 아내는 연기를 위해 예능을 그만두겠다고 할 때도 허락해줬다"

웃음의 비결? 새벽시장에서 찾는다

성동일의 웃음은 우리가 그동안 만났던 웃음과 큰 차이가 있다. 그동안 코믹이 과장된 상황, 폭력 속에서 웃음이 유발됐다면 그는 말 한마디 한마디만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코미디 킹인 김수로조차도 이번 작품에서 웃음을 새롭게 배웠다고 할 정도다.

그의 첫 번째 웃음의 비결은 자신의 장단점을 아는데서 시작했다. 그는 감초 연기의 최고로 평가받지만 정작 애드리브는 길게는 못한단다. 빠른 애드리브로 상황 전개를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고.

두 번째 비결은 새벽시장에 있다. 성동일은 "새벽시장에 가면 술을 한 잔 먹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비디오카메라로 술을 한 잔 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담는다. 특히 사투리를 배울 때 이것만한 비법은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 꾸준히 일본 영화를 보면서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의 집에 있는 영화 테이프는 1000개에 달한다. 털털한 모습 속에 치밀한 준비 과정이 웃음제조기 성동일일 가능케 했다.

그는 이제 악역을 꿈꾼다. 내년 1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 '추노'에서 조선 최고의 왈패이자 악역 천지호를 연기한다.

"묘한 악역이 완성됐다. 목소리부터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이중 연기를 해야 하는 악역의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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