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진 기자 songhj@
그건 한채영이 목메어 찾아왔던 것이기도 했다. 한채영은 한 때 스타가 되고 싶었다. 이제 그녀는 배우가 되고 싶어한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비록 적은 비중이라도 참여한 것은 비중에 관계없이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단 욕심 때문이었다.
17일 개봉하는 '걸프렌즈'는 한채영의 또 다른 도전이다. 그녀는 '걸프렌즈'에 남편도 사랑하지만 예전 남자친구도 여전히 사랑하는 '박애주의자'로 출연한다. 가끔은 망가지고 표독해지는 여자. 한채영과 닮은 듯 하면서도 또 다른 여자. 한채영은 또 다른 자신을 꿈꾸고 있다.
-비중이 가장 많은 것도 아닌데 '걸프렌즈'에 출연한 까닭은.
▶여주인공이 아니냐는 뜻이냐.(웃음) 에이 주인공이다. 나나 강혜정, 허이재 세 명 비중이 정확히 3분의 1인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보여줄 게 많았다. 미친 여자처럼 쾌활하다가 또 우울하고. 그런 역이 매력적이었다.
-보여줄 게 많았다는 것은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다는 뜻인가.
▶당연하다. 지금까지 작품 속에서 그렇게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하지 않았나.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이후 변화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속도는 그리 만족하지 못할 법도 한데. 단독 주연이라든지.
▶그렇지 않다. 거의 쉼없이 일했다. 만족도도 높다. 배우에 대한 욕심, 역할에 대한 욕심, 작품에 대한 욕심이 많다. 그런 욕심들 속에서 맞춰서 가고 있는 것 같다.
-'걸프렌즈' 역할을 소개하자면.
▶완벽하고 예쁘고 섹시하고 그러면서도 외롭고 허점 많은 여자. 또 박애주의자이기도 하다. 비주얼은 닮았을지 모르지만 속은 많이 다르다. 감정기복도 그렇게 크지 않고 물론 박애주의자도 아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섹시'에서 '럭셔리'로 바뀌고 있는데.
▶성숙해져서 그런 게 아닐까. 많은 일들을 겪고 분위기가 더해진 게 아닐까 싶다.
-섹시스타로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진 않나.
▶관객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불편하게 여기면 안될 것 같다. 어릴 적엔 섹시하다는 소리가 불편했다. 나도 귀엽고 싶은데. 지금은 매력적이란 소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매력은 곧 살아있다는 소리 아닌가. 칭찬처럼 들린다.
송희진 기자 songhj@
-'걸프렌즈'는 여배우들이 모인다. 처음엔 걱정도 있었을텐데.
▶맞다. 왜 여배우들은 더 욕심이 많을 것 같지 않나. 강혜정 같은 경우는 세 보이기도 하고. 그 친구도 날 그렇게 봤다. 그런데 알고보니 우리 둘이 다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굉장히 친해졌다.
-수영장에 빠지는 장면이 있는데 당시 강혜정이 임신한 상태였는데 촬영이 이뤄졌더라.
▶찍고 나서 (임신 사실을) 알았다. 혜정이는 당연히 알고 있는 줄 알았던 것 같고.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그 땐 결혼을 안했잖아.(웃음)
-결혼한 지 3년째인데 일 때문에 아기 소식을 미루는 것인가.
▶일 때문에 늦추는 건 아니다. 아직까지 계획이 없다는 게 맞다. 물론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은 많다. 어렸을 때는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여배우가 되고 싶다.
-이제 서른이다.
▶서른이 되어서 이십대를 돌아왔다. 잘했던 거, 못했던 것, 지금 나라면 이렇게 할 것들을. 30대는 40대 때 뒤돌아보면 후회하지 않도록 살고 싶다. 배우로서도 가정에서도. 즐기며 살고 싶다. 20대를 일만 하면서 보내 즐기는 방법을 모르는 것도 후회스럽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남편과 봤나. 그렇다면 이 영화는 함께 볼 생각인지.
▶그 영화는 못봤다. 나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좀. 하지만 이번에는 초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