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루머? 오해? 배수의 진 치고 살았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12.10 10:20
임성균 기자 tjdrbs23@ 임성균 기자 tjdrbs23@


강동원은 꽃미남이다, 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배우다. 그의 출연작은 코미디부터 액션, 멜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매번 강동원에 이런 면이 있었다니, 강동원의 재발견 등 새롭게 받아들여진다. 외모에 가려진 재능을 뒤늦게 깨닫곤 한다.


강동원은 오해에 둘러싸여있다, 로 간단히 말할 수 없는 배우다. 그를 둘러싼 말들은 무성하다. 까칠하다, 인터뷰조차 피한다, 외곬수다 등등. 그러나 강동원은 그런 말들을 구태여 해명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기 길을 걷는다. 서른을 앞둔 그는 벌써 불혹이 된 듯하다.

강동원이 돌아왔다. 이번엔 '전우치'(감독 최동훈,제작 영화사집)다. 도술을 쓰며 천방지축 날뛰다가 그림족자에 갇힌 인물이다. 500년만에 낯선 세상에 등장한 전우치처럼 패랭이에 깔깔 대는 강동원 역시 낯설다. 강동원, 그를 만났다. 인터뷰 잘 안하기로 유명한 강동원이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그리고 여전했다.


-강동원과 '전우치', 안 어울릴 것 같지만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당연히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나게 찍을 것 같았고. 한동안 '형사' 우행시' 'M' 등 어두운 작품을 주로 했던 터라 이번에 밝은 것을 하고 싶기도 했다.


-멜로 이미지가 강하지만 액션도 제법 많이 했는데.

▶'늑대의 유혹'도 그랬고 '형사'도 그랬고 생각보다 액션을 많이 했다.

-'M'도 그랬고 작품마다 '의외'라는 평을 많이 받는데.


▶노림수도 있다. 성격이 워낙 그래서 예전에 안했던 것을 찾는다. 또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이번에도 즐겼나.

▶즐기다 못해 질렸다. 8개월 반을 찍었으니.

-자기 세계가 뚜렷하다고 들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안그런 줄 알았다. 둥글둥글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들에게 일하면서 성격이 나빠지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넌 원래 그랬다'고 하더라.

-인터뷰도 즐겨하지 않고 외부 노출도 거의 없는데. 자신이 소비되고 또 그런 것들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나.

▶남용된다고 할까. 나쁘지는 않은데 나와는 안맞다고 생각한다. 약속이 틀어지는 것을 못 견딘다. 그러다보니 까칠하다는 소리도 듣고. 뭔가 부당하다고 생각할 때 그 문제에 대해 한두번 생각하고 결정하진 않는다. 곱씹어 보고 또 곱씹어도 여전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결정한다.

-까칠하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런 이미지 싫어하진 않는다. 내가 행복하고 성취하고자 일을 하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서 소모되고 싶진 않다.

-'M' 개봉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공격을 많이 받기도 했고.

▶갈 길이 바쁜 데 작은 일로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물론 기본은 안좋지만.

-봉술도 그렇고 '전우치'에 상당한 액션 연기가 필요했을텐데.

▶3달 전부터 연습을 했는데 현장에서 바뀐 게 많다. 난 봉신이 있는데 정확한 콘티가 없으면 봉의 선수가 돼야 한다. 이번에는 그렇게 못한 부분이 아쉬움이 남는다.

-완벽주의자인가.

▶심할 정도로.

-밖에 잘 안다니는 것도 사생활에서 완벽을 유지하기 위해서인가.

▶꼭 그렇진 않다. 밖에서 술이라도 마시면 꼭 시비가 붙는다.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사인해주면 사진을 찍자고 한다. 술을 마신 터라 사진은 고사하면 건방지다며 시비가 붙는다.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 쭈뼛 거리면 그런다고 뭐라고 하기도 하고. 갑자기 퍽 하고 치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안 나가는 게 편하다.

-'전우치'에는 김윤석 유해진 등 선배들이 있어서 좀 달랐다고 하던데.

▶그분들이 나를 빛으로 인도했다.(웃음) 술 마시러 가자고 하셔서 그냥 숙소에 있을게요, 라고 몇 번 거절했다가 함께 하게 됐다. 아, 그 때서야 알았다. 이래서 배우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또 필요하다는 것을. 예전에는 잘 몰랐다.

-그 말은 일적인 관계가 가장 중요하단 뜻이고 인간적인 관계를 쌓는데 서투르다는 뜻이기도 한데.

▶1차적인 호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장에서 카메라 감독님과 그래서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 필모그래피가 쌓인 만큼 관계가 쌓이지는 않았다. 한 번은 나 이제 사회생활 해보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었다. 선배들도 만나고 사람들도 만나고. 그런데 안 맞는 옷을 입는 것 같더라.

-'M'이 끝나고 다시는 이명세 감독과 작업을 안한다고 했다는 풍문과 영화에 만족이 컸다는 상반된 풍문이 돌았는데.

▶나도 그 이야기 들었다. 이명세 감독님께 잘못한 게 있어서 사죄한 적도 있고 오해했다가 풀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 작품 뭐하면 좋을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허허 참.

-왜 그런 풍문이 돈다고 생각하나.

▶말을 안하니깐. 오해를 해도 상관없다. 내가 안그러면 되니깐. 한편으론 그런 루머가 많다는 건 적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꺾일 수 없으니깐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다. 예전에는 그런 게 이해가 안되어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다 이야기하고 다닐 수도 없고, 또 이야기를 해도 믿고 싶은 것만 믿더라. 또 내 일을 해주는 사람이 굳이 나를 감싸주려 고개 숙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 문제는 내가 감당해야 하니깐.

임성균 기자 tjdrbs23@ 임성균 기자 tjdrbs23@


-강동원은 호흡이 느린 편인데 이번에는 편집이 빠른 최동훈 감독과 했는데 어땠나.

▶맞다. 난 호흡이 느리고 발동도 늦게 걸리는 슬로우 스타터다. 그런데 최동훈 감독님은 일단 내 마음대로 해보라고 하고 그 중에서 쓸 것만 뽑았다. 아이디어를 내면 잘했다고 하면서도 그 이상을 늘 요구했다. 난 이렇게 여유를 주는 방식과 이명세 감독님 같은 5㎝만 움직이라는 타이트한 방식 모두 좋아한다. 5㎝만 생각하면 갑갑하지만 그 안에서 다른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니 되더라.

-'전우치'는 1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그 만큼 책임을 더 느끼나.

▶항상 기본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내 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쩔 땐 구걸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으니.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남들은 다 하는데'다.

-꽃미남 배우들은 자신의 외모를 벽으로 생각해 넘어서려는 시도를 하기 마련인데. 강동원은 딱히 그런 시도를 하는 것 같지 않는데.

▶일단 외모에 대한 부담은 없다. 그리고 성격이 삐딱해서 대중이 어떤 것을 기대하면 그건 싫은데,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친구 등 사적인 일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내 이야기면 감수하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 가족, 친구들 이야기면 싫다.

-'전우치'는 CG가 1400컷이 넘는다.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갑갑했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님이 네가 연기하면 그대로 만들게라고 하시더라. 내가 만들 수 있다는 게 좋고 그래서 신이 나기도 했다.

-만드는 걸 좋아하나.

▶RC카 만드는 건 옛날부터 좋아했다. 요즘은 목공을 배워서 집에서 쓰는 가구를 만든다.

-다른 연예인처럼 소위 팬관리를 잘 하지도 않는데.

▶그래서 떠난 팬들도 많다. 그런데 잘 못하는 건 역시 못하겠더라. 작품으로 보여주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들고. 영화제 가는 것도 싫어한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게 갑갑하고.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잘하는 데 그건 내 일이 아닌 것 같다.

-전화번호는 단순하다. 그런데 비밀번호는 자기도 잘 모를 만큼 복잡하다던데. 강동원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사람인가.

▶단순할 땐 단순하지만 복잡할 땐 복잡하다. 아주 친한 사람과 싸우게 되면 두 달 정도 고민한다. 자고 일어나면 고민하고 자고 일어나면 고민한다. 그리고 생각하다가 안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결정한다. 그렇다고 귀를 닫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쉽게 설득되지는 않지만. 배수의 진을 치겠다고 생각했다. 연기에 올인하느라 팬들이 떠나도, 이런 저런 루머가 돌아도. 내 기준을 꺾지 않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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