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악역 전문? 선한 역을 경계한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12.18 14:39
ⓒ유동일 기자 eddie@ ⓒ유동일 기자 eddie@


스크린 속 김윤석은 나쁜 놈이다. '타짜'의 아귀로 세상에 얼굴을 알리고 '추격자'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으니 숙명일지도 모른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도 그는 아들의 얼굴을 맨주먹으로 후려치는 나쁜 아빠였다.


나쁘지 않으면 찌질했다. '즐거운 인생'이나 '거북이 달리다'에서 그는 평범할지언정 착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윤석이 또 한번 나쁜 놈으로 변했다. 23일 개봉하는 '전우치'(감독 최동훈,제작 영화사집)에서 그는 도사이자 요괴인 서화담 역을 맡았다. 깊은 내공을 갖고 500년을 넘게 살았지만 인간사 부질없다며 잡초 밟듯 사람을 죽이는 역할이다.


그는 착한 놈이 될 수 없는 숙명을 타고 났을까, 물었다.

-첫 12세 관람가 영화인데.


▶첫 12세 관람가 영화이고, 첫 사극이고, 첫 키스신을 찍은 영화다.(웃음)

-'전우치'가 흥행에 성공하면 4연타속 안타를 날리는 건데.

▶'타짜'로 알려지기 시작한 다음 '추격자'를 선택했다. 그 때 또 악역이냐고 네 선택은 틀렸다고 했다. '거북이 달린다'를 했을 때도 또 달리냐고 반대했다. 이번에도 내 선택이 옳았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그게 내 영화 선택의 시작이다.

-또 악역인데.

▶사람들이 잘 안믿는데 연극할 땐 주로 고뇌하는 지식인 역을 맡았다.(웃음) 악인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 그들만이 갖는 고독,외로움이 있다. 또 선한 역에 대한 경계도 있다. 매너리즘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감독들이 내게서 그런 모습을 원하기도 하는 것 같다.

-'추격자'로 주연상을 휩쓸고 '거북이 달린다'를 하고 난 뒤 '전우치'에선 조연이다. 후속작 '황해'도 마찬가지인데.

▶핸드 프린팅을 했을 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굳이 주,조연에 대한 잣대를 들이대자면 난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고 싶다고. 내가 이야기에 맞으면 되지 나를 이야기에 맞출 필요는 없지 않겠나.

-욕심은 없나.

▶욕심이 난다기보단 욕심을 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알맹이를 더 쌓아야지.

-'전우치' 속 악역은 나쁘지만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데.

▶세상의 빛이 되고 싶어하다가 자신이 요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500년을 살다보니 인간이 요괴보다 더 추악하다는 것도 알게 되고. 레스토랑 장면에서 모든 사람을 죽이면서 그러지 않나 더 살아봐야 별 것 없다고.

-이제 작품에서 점점 더 내공이 센 인물을 맡게 되는데. 화담도 정중동 같은 인물이고.

▶내공이 있다는 걸 전면에 내세우는 순간 망한다. 그리고 내 내공이란 게 아직은 멀었다. 백윤식 선생님이랑 '전우치'까지 네 작품을 함께 했는데, 정말 아직 멀었다.

ⓒ유동일 기자 eddie@ ⓒ유동일 기자 eddie@


-전우치보단 덜하지만 액션도 많고 고생이 많았을 것 같은데.

▶요괴라는 사실을 깨닫고 제자들을 죽이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탄 날 찍었다. 상을 타자마자 촬영장으로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날 세트장을 TV 드라마 사극팀에 넘겨줘야 하니깐. 테이크를 26번 갔는데 나중엔 가죽으로 된 신이 얼어서 부러졌다. 결국 청룡상 뒤풀이는 동이 틀 무렵 촬영이 끝나서 최동훈 감독과 해장국으로 했다.(웃음)

-전우치 역을 맡은 강동원이 김윤석, 유해진 선배 덕에 술도 밖에서 먹게 되고 그야말로 빛으로 인도했다고 하던데.

▶후배들이 내 앞에서 내외하는 걸 못 견딘다. 우리말로 된장 푼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어려워하더니 그렇게 몇 번 소주를 마시고 나니 많이 친해졌다. 소년 같으면서도 어른 같은 깊이가 있는 친구다.

-임수정과 첫 키스신을 찍었다. 그렇게 NG를 많이 냈다고.

▶뭐 긴장이 되기도 하고.(웃음) 임수정에 마성을 집어넣는 장면이라 멜로신처럼 보이면 안됐다. 그래서 카메라와 조명 등을 새롭게 해서 많이 갔다.

-극 중에서 복사꽃이 옆구리에 피는 것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게 있다면.

▶'타짜'로 조연상을 탔을 때 주연을 할수 있을까 했다. 그런데 다음해 '추격자'로 주연상을 탔다. 아침드라마에 출연했을 때부터 그랬다. 산을 어떻게 넘을까 생각하기 보단 끝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봉우리구나, 란 생각으로 산다. 소신인생이랄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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