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균등기회 제공돼야 발전" 연말좌담①

정리=이수현 기자  |  2009.12.20 13:33
2009년이 채 열흘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사회 전반적으로 다사다난했던 올 해, 가요계도 조용할 날이 없을 정도로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물론 좋은 일 만이 아닌, 팬들을 가슴 아프게 한 사건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연말을 맞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부장과 길혜성 김지연 이수현 등 가요팀 기자들, 그리고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가 마주 앉아 올 한 해 가요계를 정리했다.



◇최고 인기가수로 본 올 가요계는?


강태규=올해의 성적표로 놓고 봤을 때 2PM, 소녀시대, 카라를 제외하고는 보컬적인 측면이 강했던 사람으로는 백지영이 될 것 같네요.

김관명=최고의 기준은 뭐가 될 수 있을까요?


강태규=음반 발표한 뒤의 반응이나 판매량, 인지도 위주여야 할 것 같아요.

길혜성=제 생각에는 올해 가장 영향력이 강했던 팀은 2PM이에요. 최고 인기 남자 아이돌그룹들인 동방신기나 빅뱅이 올 해 활동하지 않았던 것도, 2PM 뜬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강태규=소녀시대는 어땠던 것 같아요?

길혜성=발매된 음반 판매량을 합하면 올해 총 20만 장을 넘겼어요. '지'와 '소원을 말해봐'가 연이어 히트했잖아요.

이수현=한터 차트 판매량으로만 본다면 지드래곤과 슈퍼주니어가 압도적인 것 같아요. 슈퍼주니어는 올해 '쏘리 쏘리'란 또 하나의 대표곡까지 갖게 됐죠.


강태규=아무래도 인지도나 파급력은 2PM이 가장 체감도로 높았던 것 같아요.

길혜성=지드래곤의 경우, 자의와는 관계없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음반 판매량도 좋았고 파급력도 강했죠. 올 한 해 인상적인 활동을 펼친 게 분명하죠.

강태규=그래도 결국 경합은 2PM과 소녀시대가 아닐까 싶네요. 또 음원 쪽에서는 지드래곤보다 2NE1이 셌던 것 같아요.

김관명=종합해 보면, 올 가요계 대세는 아이돌과 걸그룹이었네요. 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봐야할 것 같아요.

강태규=가요 기획사나 가수들이 콘텐츠 자체의 타깃을 10대로 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요즘 음악이 10대에 의해 좌우된다는 걸 다시 하 번 증명준 것이죠. 올해 유난히 더 그랬던 것 같다. 결국 기획사 입장에서는 이런 콘텐츠만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음악 시장이 더 편협해지고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것 같아 씁쓸한 느낌도 없진 않네요.

김관명=음반 제작자를 사업가로 보면, 그들의 입장에서 균형을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강태규=균형의 문제는 결국 환경의 문제죠. 또 다른 문제는 모든 미디어가 상업성의 논리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거죠. 당연한 거지만 공공재의 기능을 가진 지상파 방송은 그렇지 않아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케이블이 자극성, 상업성의 논리를 갖고 있다면 지상파는 거기에 대해 경계해야 할 의무도 있죠. 편성을 다르게 한다거나 출연자의 기준을 다양하게 만들어 상업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길혜성=최근 세계적 록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첫 내한 공연에서 열광하는 팬들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보컬인 액슬 로즈가 62년생이잖아요. 우리나라는 왜 그런 나이의 가수들이 중심에 못 서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들어 아쉽기도 했어요. 국내에서 실력파 중견 뮤지션들이 많은데 말이죠.

강태규=우선 콘텐츠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자면, 이문세 공연의 공연은 정말 재미 있어요. 이문세는 1996년 동숭아트센터에서 했던 '짝짝이 신발'이라는 공연을 시작으로 훗날 예술의 전당까지 섰죠. 이문세의 공연의 경우 히트곡만으로 이뤄지게 아니에요. 연출에서 각 분야의 파트장들이 모이는 스태프 회의를, 이문세는 당시 처음으로 진행했죠. 그 공연에서 시나리오도 만들고. 그런 점들이 계속 진화해서 오늘날까지 온 거죠.

김관명='슈퍼스타K'는 아이돌, 걸그룹이 없었지만 엄청난 관심을 끌었잖아요. 이 모습을 보며, 드러나지 않은 대중들의 욕구는 분명 있다고 생각했어요.

강태규=하지만 '슈퍼스타K'의 경우, 형태만 아이돌이 아니지 홍보 방식이나 미디어의 방향성은 아이돌과 똑같았다 생각해요. 그 콘텐츠가 완전히 차별화를 보이려면 싱어송라이터나 음악적 무게감을 가져갔어야 한다. 앞으로 '슈퍼스타K'는 앞으로 가요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학습이 된 음악가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봐요. 케이블 프로그램의 파급력이 그 정도였는데 지상파에서 '슈퍼스타K' 정도의 공을 들였다면 더 굉장한 변화를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길혜성=TV를 보면 아이돌만 있는 줄 알지만 실력파 중견 가수들인 조용필 이문세 이승철 이승환 김건모 등도 올 한 해 정말 열심히 전국 투어를 펼쳤죠. 성과들도 다들 괜찮았고요. 이런 가수들이 신곡을 보다 활발히 내고, 가요계의 중심으로 좀 더 들어왔으면 좋겠다.

강태규=진화에는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일단은 히트곡이 생산돼야죠. 어떻게 보면 중견 가수들 중에서는 이승철만 그 부분이 유일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이승철이 히트곡을 근래에 못 냈다면 지금의 티켓파워는 약해졌을 수도 있죠.

길혜성=대중이 먼저 안 찾는다고 뭐라 해야 하는지, 히트곡을 못 낸다고 뭐라 해야 하는지, 항상 그렇지만 이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인 것 같요.

2NE1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2NE1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샛별로 본 올 가요계는?

김관명=올 최고의 신인은 단연 2NE1이라 생각해요.

길혜성=마찬가지예요. YG란 국내 최대 가요 기획사 중 한 곳의 마케팅 능력도 있었지만, 2NE1의 가장 큰 성공 배경은 '아이 돈 케어'와 같은 음악에서 찾을 수 있죠. 힙합과 레게의 조화였는데, 지금까지의 걸그룹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이기에 더 큰 사랑을 받았던 것 같아요.

강태규=음악적으로 학습이 된 신인들은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란 말이 있듯,2004년 동방신기 나오고 난 뒤부터는 비주얼 측면이 더 강조되고 있는 듯해요. 최근 데모 음반만 들어봐도 자작곡을 선보이는 신인들은 정말 가뭄에 콩 나듯 하죠. 다시 말하자면, 가수의 성공에 있어 요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음악적 특색이 아닌, 비주얼과 거대 기획사의 힘이 됐죠.

김관명=자수민, 홍진영 등 세미 트로트계에서는 신인들도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아이돌과 세미 트로트계에서는 신인들이 이어지는 걸 보면, 결국 상업성이 신인 데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는 것 같네요.

강태규=음반 하나 만드는데, 뮤직비디오와 프로모션까지 포함하면 보통 4~5억원이 들어가죠. 2장이 망해버리면, 중소 기획사 제작자들은 옷을 벗어야 하는 게 현실이에요.

길혜성=록 신은 외국에서는 여전히 분명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록이라고 하면 인디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 아쉬워요. 정통 록을 하는 신인밴드들도 인기밴드로 성장하는 모습도 보고 싶네요.

강태규=정책적 변화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먼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브로콜리너마저 및 보드카레인 같은 인디밴드를 가요 프로그램에 한 번 출연시킨 것으로 끝내면 안되죠. 최소 1개월 정도만 끌고 가줘도 가요계에는 분명 변화가 있을 거예요.

김지연=지상파만이 해법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요즘은 인터넷, UCC 등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잖아요.

강태규=지금의 가요 프로그램이 계속 될 거라면, 그 안에서 다른 방법을 찾는 게 가요계 전체로 볼 때 더 이익이라는 말이죠. 하지만 여전히 방송사와 기획사간에 존재하는 파트너십은 문제인 것 같아요. 가요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패키지로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잖아요. 이러면 가요계의 부익부빈익빈은 지속될 수밖에 없죠.(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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