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선덕여왕' 무엇을 남겼나

김현록 기자  |  2009.12.22 09:00


미실이 가고, 이제 덕만과 비담도 간다. MBC 인기사극 '선덕여왕'(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박홍균 김근홍)이 22일 62회를 마지막으로 종영을 앞뒀다. 지난 21일 방송에서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할 비담의 난이 드디어 시작됐다. 여왕 덕만(이요원 분)과 반란 주모자 비담(김남길 분)의 슬픈 표정은 다가올 비극을 예고했다.


그러나 아쉬워하기는 이르다. 마지막 연장방송으로 긴장감이 하락했으나 '선덕여왕'이 남긴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선덕여왕'은 쇠퇴 일로를 걷는 듯 했던 우리 사극의 생명력을 알렸으며, 여성의 힘을 다시 입증했다. 탄탄한 구성과 연기력에 시청자들이 호응했다. 이같은 의미는 '선덕여왕'이 꿈의 시청률 50% 달성에 실패했다 해서 결코 퇴색하지 않는다.

지난 5월 시작한 '선덕여왕'은 TNS미디어코리아 기준 16%라는 쾌조의 시청률로 출발, 줄곧 4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시청률이 하락한 현재도 30%를 훌쩍 넘는 시청률을 유지중이다. MBC '태왕사신기'와 '이산' 이후 '자명고', '천추태후', '돌아온 일지매' 등 사극의 연이은 부진 우려를 말끔히 날린 셈이다.


'선덕여왕'은 사극이라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잘 만든 사극이 여전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캐릭터와 이야기 구성도 탁월했다. 강력한 적수 미실(고현정 분)을 1회부터 등장시켜 눈길을 사로잡았고, 당돌한 덕만과 여성스럽지만 강인한 천명(박예진 분), 우직한 유신(김유신 분), 팔색조 비담(김남길 분) 등이 고루 사랑을 받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했다. 특히 미세한 얼굴의 움직임만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했던 고현정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 분)가 있었다면 올해엔 '선덕여왕'의 미실이 있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미드처럼 매회, 혹은 매주 완결되는 이야기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선덕여왕'은 변두리에 머물던 여성을 사극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도 평가받을 만 하다. 그간 사극 속 여성들이 현실 정치에 관여하는 방법은 치맛바람을 휘둘러 남성을 좌지우지하는 게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름다운 꽃의 역할이나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으로 머물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역사 첫 여왕의 이름을 드라마의 제목으로 당당히 내세운 '선덕여왕'은 여성을 현실 정치의 중심에 세웠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했으되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던 '대장금'이나, 역시 시대를 호령한 여걸을 내세웠으되 시청자의 반향을 이끄는 데는 아쉬움을 남긴 '천추태후'와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주인공 덕만과 미실은 설전을 펼치며 서로 다른 정치관을 내세웠고, 실질적인 권력자로서 나라를 통치했다. 이상과 현실이 맞붙는 두 사람의 대립은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함을 선사했다. 이는 대규모 액션신이나 절절한 로맨스로 수십 회를 끌고 나갔던 다른 남성 사극과도 달랐다.


그러나 이같은 의미를 남겼던 '선덕여왕'도 연장 방영으로 인한 악순환을 넘지 못했다는 것은 한가지 아쉬움이다. 미실의 죽음 이후 남은 캐릭터들이 그 빈자리를 온전히 채우지 못한데다 이야기 전개도 느려진 느낌을 남겼다.

이제 단 한 회, 지난 1년 가까이 대장정을 이어온 '선덕여왕'이 이같은 의미와 아쉬움을 동시에 안고 어떻게 시청자들과 작별을 고할 것인지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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