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데뷔 9년차, 이 정도면 제법 많은 음반을 냈을 법도 하다. 그런데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는 단 4장의 음반을 냈다. 일부러 공백기를 가지려 한 것도 아닌데 10여 년의 세월 동안 그에겐 참으로 많은 일들이 무대를 떠나게 했다.
그래서일까. 2009년 겨울, 김장훈과의 합동 콘서트로 우리 곁에 돌아온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상당히 고무돼 있었다. 이제는 쉼 없이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무대에 서기 위해서다.
단 네 장의 음반이라고 했지만 사실 싸이만큼 히트곡이 많은 가수도 드물다. 2001년 데뷔곡 '새'를 비롯해 '챔피언' '낙원' '연예인' '위 아 더 원' '환희' 등 타이틀곡 뿐 아니라 수록곡들 다수가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1집부터 4집까지 내면서 많은 활동은 못했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미소) 힘든 일도 많았지만 가수로서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소위 말하는 '꽃미남' 외모도 아니고 격렬하고 화려한 댄스를 선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대중은 그의 '넘치는' 솔직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5집을 준비 중인 그는 요즘 큰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늘 큰 사랑을 받았기에 내년이 더 부담스럽다. 막연히 잘 되겠지만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언제 나오느냐보다 어떻게 나오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말 잘 될 노래란 느낌이 오는 곡이 나오기 전까지는 음반 발매를 하지 않을 거다."
의지가 확고했다. 싸이는 "'챔피언'을 이기고 싶다"는 말로 그의 굳은 속내를 드러냈다.
"공연을 하다보면 관객의 반응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언제나 뜨거운 호응을 보내주시지만, '챔피언'을 넘은 곡이 없다. 내년 그 노래를 뛰어넘을 수 있는 곡으로 돌아오고 싶다."
싸이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아니 2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왕년'이란 표현을 써야 한다면 그 '왕년'이 2010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악재를 딛고 음악인으로 돌아온 그가 새 출발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싸이는 부담을 즐길 줄 안다. "변태 같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의 이 부담감이 행복하다"는 싸이. 그의 내년 행보에 더욱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싸이, 먼 길을 돌아 무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꾼다. 무대에 서기 위해 많은 인고의 시간을 보낸 그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